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22 사무엘상 8장

2018. 11. 20. 15:46성경 공부 /영화와함께-2018

조카가 막 한글을 깨우치던 무렵, C. S. Lewis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읽어주며, 방 안에 있던 옷장 문을 잡고 “고모가 열어볼까? 이 안에 정말 겨울 왕국이 나타날까?” 장난을 치면, 어린 조카는 망설이다가 겁에 질린 듯 눈을 꼭 감으며 “아니, 열지 마, 고모.” 라고 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조카의 귀여운 표정이 선연한데, 이제 그 꼬마는 거침 없이 옷장 문을 열어서 그 안의 옷들을 골라 입느라 바쁜 사춘기 소녀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에 <나니아 연대기>를 읽으면서, 나니아의 끝없이 추운 겨울의 묘사가 선한 지도자의 부재를 은유한다는 것도, 아슬란이 진정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는 것도 알 지 못한 채, 그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을 뿐이었습니다.  


사무엘에게 왕을 달라고 찾아온 이스라엘 백성들도 과연 그들이 구하는 왕의 본질이 어떠한 것인지 잘 몰랐다고 합니다. 인간의 지도자들은 전쟁을 위해 백성들로부터 아들들을 징집할 것이고, 군량미를 거둘 것이며 딸들을 데려가 행사에 동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무엘의 경고에도 백성들은 외칩니다, 우리도 열방과 같이 되어 우리 왕이 우리를 다스리며 우리 앞에 나가서 우리의 싸움을 싸워야 할 것이니이다! (20절)” 


두려운 것은, 우리들이 그렇게 멋모르고 울부짖어 기도하면. 하나님께서는 들어주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비극적 결말일지라도 허락하시는 까닭은, 결국 그 분께 진정한 왕을 보낼 계획이 있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수 천 년 후, 다윗의 후손 가운데 한 청년이 일어나 이렇게 외칩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삯군은 (...)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늑탈하고 또 해치느니라. (요10:11-12) 


악한 왕은 자기가 살기 위해 백성들을 버리지만, 선한 왕은 백성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립니다. <나니아 연대기>에서 여왕은 사람들을 달콤한 사탕으로 유혹하여 이용한 후 돌로 만들어 버렸지만, 사자 왕, 아슬란은 배신자를 위하여 목숨을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반드시 지도자들을 분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는 겨울이 이어지는 세상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좋은 지도자는 어떻게 분별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너희에게 이르고 너희를 인도하던 자들을 생각하며 저희 행실의 종말을 주의하여 보고 저희 믿음을 본받으라. (히13:7)”  


엊그제 보내드린 이재철 목사님의 종말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가 너무나 좋은 지도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했었다는 깨달음과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그 간 세상에는 그 분에 대하여 많은 말들이 있었고 앞으로 말들은 더욱 많아지겠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실 한 가지는 그 분의 종말입니다. 교회를 위하여 집과 재산과 젊음과 건강을 모두 주고 떠나시는 목사라면 분명 예수의 종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어쩌면 너무 뻔한 자기 위로일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이재철 목사님께서 바라보셨던 궁극의 선하신 목자, 우리 주님께 저의 시선도 고정하겠습니다. 남겨주신 우리 교회를 더욱 아름답고 건강하게 지키는 일에 거침 없이 열심을 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아무 미련 없이 떠나주신 목사님께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존경과 사랑이라고 믿겠습니다. 저는 비록 떠나고 헤어지는 일을 슬퍼하지만, 우리 주님께는 은퇴가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 분은 이재철 목사님처럼 세상 끝으로 떠나고 또 떠나는 자기 제자들에게 끝 날까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마28:20) 왜냐하면, 그 분은 임마누엘의 하나님, 우리와 함께 있기 위하여 목숨을 버리신, 진정한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왕들은 우리를 죽기까지 이용하고 버릴지라도, 우리를 위하여 죽어주시는 왕은 이 분 밖에 없습니다. 이 분만이 참된 왕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