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5) 20170402 라합

2017. 4. 3. 11:28성경 공부 /미술과함께-2017

James Jacques Joseph Tissot and Followers,The Flight of the Spies, Gouache on Board, 1896~1902 


아마도 그 두 명의 유대인들은 눈에 쉽게 띄었을 것입니다. 나그네로 위장했지만, 그 골격과 억양은 숨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적진 한가운데 스스로 들어왔는데, 그들이 묵었던 숙소의 창녀도, 심지어 여리고의 왕까지 금방 눈치 채어 버린 것 같습니다. 도망가야 하지만, 그들은 두터운 성벽으로 만들어진, 독에 갇힌 쥐와 다름없습니다. 이 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창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입니다. 그녀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냄새나고 축축한 지붕 위의 삼대 아래에서 종일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녀가 그들을 왕에게 넘겨버리면, 그들은 고문당하고 죽을 것입니다. 그녀는 왜 자기 목숨까지 걸고 그들을 도우려 하는 걸까요? 


창녀의 집은 여리고 성벽에 붙어있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위험에 처하는 곳, 그 사회의 최말단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 그녀가 천대받는 창녀였고 가장 달동네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 두명의 스파이들은 성벽을 타고 내려갈 수 있었고, 결국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녀는 조국을 배신했을까요. 성경은 몹시 과묵한 책입니다. 단어 하나도 허투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의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힌트는, 그녀의 고백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영란 목사님께서 가르쳐주신 세 가지 힌트 중 첫 단어는,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알았다’ 입니다. 


안다는 뜻의 히브리어 ‘야다’는 남자와 여자가 동침하고 나서야 비로소 쓰이는 단어, 전존재적으로, 본능적으로, 직관적으로 안다는 뜻입니다. 라합은 깊은 밤 몰래 지붕으로 올라가, 납작하게 숨죽이고 있는 스파이들에게 속삭입니다, “나는 당신들의 신, 그 분, 여호와를 알아요. 여호와는 상천하지 유일한 신입니다.” 


스파이들은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일단, 그녀가 ‘여호와’라는 이름, 유대인들에게만 주어진 그 언약의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더욱이 그녀가 여호와를 묘사한 내용은 놀랍게도 모세가 유언을 시작할 때 하나님을 언급하던 내용과 똑같습니다. (신명기 4장 39절)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여러분의 직장에서 프로젝트가 성공했더니 팀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은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역사하시는’ 하나님 덕분입니다.” 아마 깜짝 놀라 이렇게 되묻고 싶을 것입니다, “혹시 100주년기념교회를 다니시나요?” 


그 창녀가 어떻게 하나님을 알게 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직업상 나그네들로부터 수많은 소문을 듣기 때문일까요. 그렇다 해도 왜 조국을 버리고 이스라엘을 택했을까요? 하나님께서는 가나안의 죄악이 관영했을 때, 여호수아에게 진격을 명하셨습니다. 가나안의 가장 천대받는 계층으로서, 억울한 일도 많이 당하며 살았을 그녀는 혹시, 그 여호와의 율법이 아름답다고 여겨서, 몰래 하나님을 동경하고 있었을까요? 그런데 우연히 그 유대인들이 자기에게 머물러 들어왔을 때, 그것을 기도의 응답이라고 확신했던 것일까요?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하나님께서 가장 작은 자 한 명을 미리 택하셨고, 그러한 그녀에게 이미 신앙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자기 목숨을 걸어준 그녀에게 두 스파이들은 ‘당신을 위해 내 목숨을 대신 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인자하고 진실하게’ 대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지금껏 어떤 남자도 그 창녀에게 인자하고 진실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녀를 그렇게 고귀하게 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하나님께서 그녀를 고귀하게 대하시되 심지어 그 창녀를 예수의 조상으로 택하시기까지 존대하실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주류에 흐르지 않고,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 고입니다. 그래서 제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것은 라합의 노래이고, 저의 노래이며, 여러분들의 노래이기도 할 것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의 노래이며, 우리 주님은 상천하지 유일하게 찬양받으실 분, 여호와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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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티소 (혹은 티솟트)는 상류 사회의 모습을 그려서 명성을 얻었던 19세기 말의 프랑스 화가입니다. 그는 말년에 상당한 양의 성경에 관한 일러스트를 남겼는데, 그것이 사랑했던 여인 Kathleen Newton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당시 카톨릭 신앙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어쨌건 그는 당시의 화가들이 유화로 인상주의의 그림을 그렸던 것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갔습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수채화로 그린, 사실적인 성벽의 묘사와 스파이의 복장이 인상적이지요. 후일, 그의 그림들은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의상이나 무대장치에 좋은 자료가 되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