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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일, 목포
디아코니아 자매회의 언님들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4차원 혹은 다차원이란 물리학의 세계가 어쩌면 인품의 영역이 아닐까 싶었다. 건강하시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그렇다 하시는데, 분명 하얀거짓말일 수 밖에 없으나, 너무 편안하게 말씀하셔서 나는 그만 걱정을 놓아버리곤 한다. 목포는 오묘한 도시였다. 인양되어 있는 세월호를 보면 가슴이 먹먹한데, 그 주변은 광대한 아파트 개발 중이다. 도시 한 가운데 가장 높게 솟아있는 두 개의 건물은 신축아파트이다. 하지만, 또 시간이 멈춘 듯, 개발로부터 소외된 골목 골목들은 참으로 다정하고 아담하다. 아직 넓게 재건설 되지 않은, 좁은 도로들 위의 차들을 막힘 없이 흐르도록 조절하는 행정 시스템과 갓 완성된 케이블카가 넓은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과연 이 ..
2021.04.26 -
후회
16년만에 나의 번호를 어떻게 아셨을까, 어느 겨울 밤 반갑던 전화.. 따뜻한 봄에 만나자 했던 J언니가 한 달 전부터 정성스레 약속을 조율하였는데, 막상 하루 전 날 "몸 상태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나의 마음이 무너졌다. 프로필 속 언니의 머리가 짧았기 때문에, 그리고 해쉬태그가 #치유기 였기 때문이었다. 부질없는 타이핑 - 아프신 것인지, 기도할 일이 있는 것인지. 언니는 문자를 읽고도 답할 힘이 없으시다. 안타까운 마음, 그러나 아무 말도 못 드리는 나는 이제야 비로소 언니의 프로필 사진들만 연도별로 훑어 보았다. 2019년 언니의 흰 머리. 2018년 짧게 자라나고 있는 머리와 가발. 2017년, 내가 기억하는 언니의 보다 젊은 모습. 지난 십여년, 나는 왜 그리 무심하였을까...
2019.05.19 -
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24 사무엘상 10장
신이 주신 소명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청년들이 질문합니다: "그 일을 할 때 제 마음 속 깊이 기쁨이 있었어요." "모든 상황이 맞아 떨어져서 운명이 인도해 주신다고 생각했어요." "어린 시절 만난 스승이 제게 재능이 있다고 하셔서 하게 되었어요." "생계를 위해 시작했지만 저의 천직이라 믿기로 결심했어요." 크리스천 청년들은 이렇게 질문하곤 합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소명을 따르고 싶어요 - 그 일이 무엇인지만 알 수 있다면. 열정과 재능을 주신 일이 바로 소명인가요? 아니면 여건을 허락하신 일일까요? 환경에 짓눌리지 말고 믿음으로 쫓아 가야 할까요? 아니면 지금의 환경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라 생각하며 순응해야 할까요? 평생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이 질문은, 모더니즘을 ..
2018.12.03 -
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23 사무엘상 9장
스파이더맨은 아마도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 중에서 가장 가난하고 서민적인 영웅일 것입니다. 피자배달을 하느라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세상을 구하느라 뛰어다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또 생활고에 시달리며 교수님께 꾸지람을 듣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초창기 스파이더맨의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패턴이었지요: 아르바이트와 학업에 열심이다가 - 악당이 나타나서 세상을 구하고 - 그러느라 자기 일과 사람들을 챙기지 못하여,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회의하다가 - 그래도 "위대한 힘 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뉘우침으로 다시 세상을 구하러 나갑니다. 물론 여전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일상에 지쳐 있지만, 그래도 세상을 향한 박애적 사랑의 불꽃이 그 안에 타오르고 있어서 결..
2018.11.26 -
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22 사무엘상 8장
조카가 막 한글을 깨우치던 무렵, C. S. Lewis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읽어주며, 방 안에 있던 옷장 문을 잡고 “고모가 열어볼까? 이 안에 정말 겨울 왕국이 나타날까?” 장난을 치면, 어린 조카는 망설이다가 겁에 질린 듯 눈을 꼭 감으며 “아니, 열지 마, 고모.” 라고 하곤 했습니다. 지금도 조카의 귀여운 표정이 선연한데, 이제 그 꼬마는 거침 없이 옷장 문을 열어서 그 안의 옷들을 골라 입느라 바쁜 사춘기 소녀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에 를 읽으면서, 나니아의 끝없이 추운 겨울의 묘사가 선한 지도자의 부재를 은유한다는 것도, 아슬란이 진정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는 것도 알 지 못한 채, 그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을 뿐이었습니다. 사무엘에게 왕을 달라고 찾아온 ..
2018.11.20 -
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21 사무엘상 7장
대사 한 마디 없이 곰과 동물들만 나오는데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 영화가 있습니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2018.11.05 -
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20 사무엘상 6장
영화 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필립 K. 딕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주인공인 존 앤더튼의 생명을 구해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처럼 등장하며 영화의 대부분은 그것을 찾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에 할애되지만, 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비어있는 중력,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감독이 이용하는 '맥거핀'입니다. 사무엘상 5장과 6장의 언약궤는 마치 맥거핀처럼 움직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언약궤에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며, 언약궤의 행방에 이목을 집중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언약궤를 통해서 정말 하고 싶으셨던 다른 이야기, 정말 중요한 주제 (어쩌면 한 인물) 안으로 우리를 이끌어 들이고 계십니다. 즉, 언약궤 자체에 어떤 특별한 저주나 축복이 서려..
2018.10.30 -
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19. 사무엘상 5장
어렸을 적 SFX 영화나 만화들을 볼 때, 저 먼 은하계에서 마주친 외계인이 설사 영어를 쓴다 해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외계인들은 눈 코 입이라는 인간의 감각기관과 두 팔 두 다리의 기능적인 측면을 조금 기괴하게 변주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개수를 바꾼다든지 길이를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SFX는 달랐습니다. 그가 1972년에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 의 외계인은 ... 무어라 말해야 할지요 - 바다 같습니다. 저의 개념의 한계 안에서는 ‘바다’ 외 다른 표현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외계의 생명체는 육신도 없습니다. 그가 인간을 대하는 방식은 기억을 물질화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면 그 행성을 폭파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
2018.10.22 -
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해 심으리라 18. 사무엘상 4장
67회 - 미혼모들의 수호천사 총각 이효천 중에서, tvN 2016년 6월 13일 방영 1. 얼마 전 탤런트 신애라씨가 입양한 딸들에게 친부모에 대하여 이렇게 말해준다는 간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너를 낳아주신 엄마는 너를 버린 것이 아니야. 도저히 너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낳아주신 거야.” 2. 술집이 즐비한 인천의 어느 골목길 안, 작은 여관으로 한 청년이 들어갑니다. 젊은 여인이 두어 달 째 갓난아기와 여관방에서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방 안에는 아픈 아기와 굶고 있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분유, 빨지 못한 기저귀들, 설거지들이 쌓여있습니다. 아기 엄마는 가출 청소년이었는데 남자친구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차마 아이를 지우지 못했습니다. 아르바이..
2018.10.16 -
엄마의 정원 | 건망증
월요일 아침엔 늘 전 날의 성경공부를 올리고 주말 동안 밀린 집안 일을 하는데, 언제나 엄마가 전화를 하신다. "뭐하니?" 대개는 점심을 함께 먹자는 요청이신데, 애시당초의 용건과는 상관 없이 주말의 간략한 업데이트와 상황보고는 필수 과정이다. 그리고 늘 따라오는 엄마의 반응, "근데, 내가 왜 전화했지?" 그럼 나도 도우려 애쓴다, "엄마, 어떤 카테고리였어요? 먹는거? 교회? 아빠?" 그럼 엄마는 막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네 이름을 부르는 동안 왜 전화했는지 잊어버렸어." 그럼, 나도 막 우습다. 예전에 - 그러니까 내가 훨씬 더 어리고 나의 뇌가 젊었을 때에는 엄마의 이러한 습관적인 건망증이 두려웠다. 왜 인간의 뇌는 이렇게 연약한걸까. 이러다가 치매에 걸리면 어떡하나. 그러나 지금은 나도..
2018.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