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luvlun | 피클
친구는 올 때 빈 손으로 오지 않고 언제나 무언가 선물을 가져온다. 하루는 우리 집 앞, 버려진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노란 들꽃을 꺾어왔는데, 그 평범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꽃에서 사이프러스 향과 비슷한, 고상한 향기가 나서 놀라기도 했다. 이 날은 직접 담근 피클을 가져왔다. 통후추랑 월계수잎과 향신료를 아끼지 않았고, 예쁘게 포장하여 자신의 상표가 새겨진 스티커까지 붙인, 그 알록달록한 피클이 너무 예뻐서, 받자마자 따뜻한 햇살이 비추이던 창가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선물을 즐기듯,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일을 즐거워하여 부지런한 친구의 디자인은 그녀의 품성처럼 따뜻하다. 대개의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들꽃의 아름다움을 발굴해내는 그녀의 눈썰미처럼, 그녀의 머리와 가슴 안에는 디자인적인 온..
201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