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마크로비오틱(4)
-
와인, 콰이사 내츄럴 커피, 그리고 화이트 트러플 소금의 기버터와 피치 스리라차
포도주를 전혀 모르면서도,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 계기는, 갤러리에서 막내로 일했을 때 경험한 한 모금 때문이다. 한 작가님이 전시 오프닝 리셉션에 쓸 와인을 직접 가져오셨는데, 나는 파티가 끝날 때까지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하고 있다가,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테이블을 정리할 때에야 비로소 병을 치우기 위하여 남은 몇 방울을 입에 댈 수 있었다. 향기가 코끝을 스쳤을 때, "응? 다른 와인들과 다르네!" 라는 깨달음과 함께 눈이 밝아졌고, 혀에 머물던 단 맛과 목구멍을 넘어갈 때의 짜릿함은 심장까지 여운을 남겼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아마도 나의 욱신거리던 발과 피곤한 눈 그리고 파티가 끝났다는 달콤쌉싸름한 안도감의 합작으로 이루어낸 풍미였던 것 같다. 굳이 이름을 외운다거나 몇 년 산인지..
2018.02.05 -
청귤차
바쁜 직장생활, 그것도 대기업 사장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언제 청귤로 손수 청을 담갔을까. 부지런한 친구의 사랑이 향기롭다. 달콤새콤하게 우러난 차를 마신 뒤에는 씹어먹을 수 있도록 얇게 저민 과육도 정성스럽다.
2016.10.26 -
Macrovie | 아보카도 참깨 월남쌈
더운 여름, 불 쓰지 않는 요리를 하고 싶을 때, 혹은 다이어트를 하면서 기름에 대한 욕구가 일 때, 몸에 좋은 아마씨유를 참깨와 함께 섭취할 수 있고, 지방에 대한 욕구도 건강하게 해소할 수 있는 마크로비오틱 방식의 월남쌈! 수업시간에 먹어보고는 맘에 꼭 들어서, 저 아마씨유를 사기 위해 강남 신세계까지 찾아갔었다. 이 귀하고 비싼 기름은 산화가 빠르니 마개를 열면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어떤 분은 아침마다 아마씨유로 오일풀링하여 효과를 보셨다고도 들었다. 나는 아마씨유에서 풍기는 지푸라기 풀냄새를 좋아하며, 아쉽게도 이제는 몇 숟가락 남지 않았다. 재료 아보카도 아마씨유 양상추 양배추 월남쌈피 흰깨 검은깨 소스(간장 와사비 두반장 두유마요네즈) 야채는 냉장고에서 하얀색과 푸른색의 조화를 맞춰 준비했다..
2016.08.12 -
Macrovie | 돌김과 파의 현미리조또
한 달에 한 번, 나의 사치스러운 건강식 유행처럼 마크로비오틱 강습이 번지고 있는 요즘, 이명희 선생님의 수업이 특별한 까닭은, 이것이 "French" Macrobiotic이기 때문이다. 마크로비오틱은 대개 투박하고 단순하기 마련인데, 이명희 선생님은 르꽁드블루 출신 프랑스 요리사의 경험을 응용하셔서 자연적이면서도 "문화"적인 조리법을 가르쳐주신다. 그래서, 이태원에 있는 선생님의 스튜디오에 가는 날은, 내게 한 달에 한 번 허락된 행복한 사치이자 건강이다.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시는 음식과 몸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전 세계의 다양한 식재료와 향신료 그리고 그에 얽힌 문화를 배우고 직접 해 보는 일은 단순한 요리 수업이나 자연주의 식단을 넘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허락하신 삶과 문화 상층부의 공기를 흡입..
201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