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rovie | 돌김과 파의 현미리조또

2016. 8. 9. 23:36맛있는/마크로비오틱


한 달에 한 번, 나의 사치스러운 건강식

유행처럼 마크로비오틱 강습이 번지고 있는 요즘, 이명희 선생님의 수업이 특별한 까닭은, 이것이 "French" Macrobiotic이기 때문이다. 마크로비오틱은 대개 투박하고 단순하기 마련인데, 이명희 선생님은 르꽁드블루 출신 프랑스 요리사의 경험을 응용하셔서 자연적이면서도 "문화"적인 조리법을 가르쳐주신다. 

 

그래서, 이태원에 있는 선생님의 스튜디오에 가는 날은, 내게 한 달에 한 번 허락된 행복한 사치이자 건강이다.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시는 음식과 몸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전 세계의 다양한 식재료와 향신료 그리고 그에 얽힌 문화를 배우고 직접 해 보는 일은 단순한 요리 수업이나 자연주의 식단을 넘어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허락하신 삶과 문화 상층부의 공기를 흡입하는 듯한 신선한 행복이 있다. 지난 달에 배웠던 현미리조또는 "프렌치" 마크로비오틱의 특성이 뚜렷했던 메뉴였다. 리조또는 원래 손이 가고 시간도 걸리는 음식이지만, 마크로비오틱 특유의 단순함으로, 전날 먹고 남겨둔 현미를 활용하여 버섯만으로 감칠맛을 내는 간단한 조리법이었다. 그러나 정말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우엉과 돌김 그리고 대파의 가니쉬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소박한 촌부의 현미죽에 약간의 손길을 더하여 프랑스 귀부인의 식탁에 오를만한 품위를 획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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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돌김, 현미밥, 양파, 만송이버섯, 대파, 마늘, 다시물,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연근, 우엉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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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재료만 보아도 즐겁다. 

양파 마늘 버섯 파가 단 맛이 나도록 살짝 볶은 뒤 다시물에 소금 후추 간하여 끊인다. 그 후 얼려둔 현미밥을 넣고 맛이 들도록 끓여주면 된다. 이것이 리조또 특유의 알덴테 식감을 잡는 비법이다. 

 

나는 이 가니쉬들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대파의 하얀 부분을 얇게 채 쳐 허브처럼 사용하는 것도, 돌김의 진한 검정색과 대파의 흰 색이 대비를 이루는 것도, 우엉을 칩처럼 말리고 구워서 장식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