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
2016. 8. 18. 11:41ㆍ글/일상
날씨가 무덥다.
입추 지나면, 광복절 지나면,
한 풀 꺾인다고 엄마가 말씀하셨는데,
정말로 지구 위의 얼음들은 녹고 있을까.
저혈압에 포도주를 써보라 하여,
한 모금 물었더니 걸을 힘이 났다.
아파트 없이 하늘을 찍어보았다.
저 빛나는 것은 별일까,
인공위성이겠지.
방금 뺨에 닿은 물방울은
소낙비의 시작일까,
실외기에 맺혔던 H2O겠지.
가로등이 보름달처럼 아름다웠다.
나의 머리 위를 가로질러 날라가던 비행기의 깜빡거림도
내 곁을 스쳐 지나가던 블레이드의 형광 빛줄기도
낮의 더위를 피해 놀러 나온 아이들의 소란함 속에서
내 한 발자국 앞을 조심스레 앞서 가던 자동차의 붉은 브레이크등도.
살갗이 간지럽다. 모기도 없이 잘 관리된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을 마치면, 항히스타민을 먹어야겠다.
몸 밖의 것들을 대함에 있어서, 상당히 무뎌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