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부동산

2016. 11. 4. 19:14글/일상


나는 우리 집을 매우 사랑한다. 하나님께서 주셨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 사귈 때,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던 그는 돌아가기 전 놀이터에서 그네를 밀어주면서 나의 등 뒤에 부끄러운 듯 이렇게 말했었다. "모아둔 돈은 OOO에요. 연금보험을 깨뜨리면 OOO을 더할 수 있어요. 그래도 집을 마련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지요." 당시 나는 결혼을 생각하고있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 돈은 회사의 부도 위기와 급여 연체에 시달리던 나에게는 무척 큰 액수였고, 눈물이 핑 돌았다 - 이 남자는 내가 무엇이관대 자신의 모든 것을 주려고 할까. 


그리고 결혼을 결심한 뒤, 그가 여느 때처럼 집 앞까지 데려다주던 어느 날 저녁 나는 놀이터에서 한 번 더 눈물을 터뜨렸었다. 회사와 집의 사정 상 혼수를 준비하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나의 바램은 서울 변두리에 작은 오피스텔이라도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 때는 나의 '믿음 없음'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어떠한 풍요로움으로 응답하실 지 전혀 알 지 못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금의 아파트를 구매하게 된 과정은 드라마틱했고 좋은 우연의 연속이었으며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과 남편의 노력, 지혜, 결단 및 행동력 그리고 모기지론의 합작품이었다. 덕분에 은행빚을 지지 않기로 결심했던 남편은 1%의 저리로 부담없이 집을 소유하게 되었다. 단지 내 최저 평수이지만, 돈이 없던 우리에게는 벅차게 큰 집이었다. 나도 남편도 모두 인정하듯이, 그 모든 행운의 기저에는 신의 사랑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 사이에선 집 값이 떨어진다는 두려움이 팽배하였고, 또래 신혼부부들은 전세만 생각하던 때였다. 그러나 남편은 몇 년 후의 손해를 계산하지 않고 용감하게 집을 샀다. 그에게는 모든 땅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신앙에 기반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이 아름다운 집은 언제나 감사의 제목이었다. 둘 다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될 줄 기대한 적은 없었다. 나는 다른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작은 전세에서 시작하여 매 달 비싼 은행이자의 노예로 살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집을 선물로 주셨을 때, 나는 이 집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고 생각하며 집을 꾸몄다. 미술을 전공했고, 인테리어가 취미인 나로선 가장 저렴하면서도 아름답게 집을 꾸미는 일이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이제야 우리 아파트가 노화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았고, 주택청약통장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으며, 무엇보다도 이 집을 팔게될 때 정부와 그 이득을 나누어야 한다는 모기지론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서 자산을 지킬 계획을 세웠다. 양가 부모님들께 자문을 구했고, 지하철이 완공된 뒤 집을 한 번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 예상하게 되었다. 관심사가 집에 있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부동산 동향이나 자산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다른 어떤 일보다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결국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최근 부동산에 몰두했던 나의 모습을 후회한다고.이 집은 하나님께서 기적처럼 선물로 주신 것인데. 우리 평생의 간증 거리인데. 내가 몇 천 만원에 혹하여 너무 쉽게 이 집을 떠날 날을 계산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사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금전적인 면에서 기적을 많이 경험했었고,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나를 딸처럼 대해 주셨다. 내가 재벌의 가문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돈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살았었는데. 지금 나는 너무나 쉽게 '노예의 법칙' 안으로 들어가버린 것 아닌가 하는 슬픈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아니에요. 당신은 이제야 철 든 거지요.’ 라며 위로했다.  


남편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던 길, 만약 청약통장으로 집을 장만하여 이사를 간다면 어느 곳이 가장 좋을까... 생각할 때, 문득 주님께서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네가 그런 것 상관 없이 살았음 좋겠다. 장막으로 지성소를 옮기던 광야의 백성들처럼. 소명을 따라 움직이는 나의 후사답게. 부동산 같은 것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겠니.' 


네, 주님. 그럼요. 그렇게 살겠습니다. 저의 믿음 없음을 도와주십시오. 오늘 아침도 우리 집은 사진처럼 아름다웠다. 햇살 가득한 거실에 한 발 내딛으면,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의 감사가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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