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팬텀싱어

2016. 12. 31. 11:38글/일상

오디션 예능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요즘 즐겨보는, ‘팬텀싱어’라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는 유능한 전문 음악인들과 함께 ‘마이클 리’라는 뮤지컬 배우가 나오는데, 그가 <사랑이 시로 승화될 때>라는 3중창을 준비하던 팀에게 준 멘토링이 인상적이었다. 

노래를 시작하기에 앞 서, 그는 자기 분량을 부를 때 남아있는 두 사람을 배려하라는 조언을 주었다. 즉 다른 두 사람을 위해 노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첫 구절은 바리톤의 독창이었다. 나는 평소 그 가수의 절제된 부드러움이 참 좋았었는데, 역시 그의 성품대로 점잖게 노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선생님이 곧 연주를 중단시키고 조언했다 - 이 사랑을 고통스럽게 시작해야 한다. 미리 당신이 그 감정을 극한대로 끌어당겨 충만하게 시작해 주어야 이후에 부르는 사람들과 관객들이 빠져들 수 있다. 다시 노래를 시작했을 때, 바리톤의 느낌은 확실히 다른 수준으로 성장되어 있었다. 

그 다음 구절을 다른 가수가 이어받아 노래할 때, 누구보다 뛰어난 감성의 테너였던 그의 손은 벌써 출렁이는 감정을 따라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곧 그의 손을 붙들며 말했다 - 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라. 무대 위에서 모든 제스츄어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과연, 그 뛰어난 재능의 테너가 과잉되었던 감정을 정제하여 다시 부르자, 훨씬 더 매력적인 도입부가 되었다. 

훌륭한 멘토링과, 그 가르침을 즉시 따라갈 수 있는 훌륭한 가수들, 그리고 그에 따라 더욱 훌륭하게 변화한 결과를 보면서 문득, 그의 조언이 나의 결혼 생활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생활 역시, 내가 독창을 부를 때, 즉 내가 나 자신의 욕망을 맘껏 뽐내고 싶을 때일지라도, 언제나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고, 그를 향하여 혹은 그를 위하여 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팀 켈러 목사님은 그것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셨다, “나의 행복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사는 것.” 

또한, 평소 절제된 사람은 표현해 주어야 하고, 과잉된 사람은 절제해 주어야 한다. 각각의 장점도 아름답거니와, 그러한 두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여 조화를 이루어 낸 화음은 더욱 아름답기 때문이다. 

2016년의 마지막 날, 우리는 바빠서 지나친 결혼기념일의 행사를 하나씩 천천히 실행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남편의 건강 검진을 위해 아침 일찍 시내에 나온 길에, 스타벅스에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아침 식사를 하며 내년에 함께 나눌 QT 책을 보았다. 결혼 후 지난 3년 동안 많은 것을 깨달았다 -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그가 내 생각보다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부부가 연합하는 것이 신비롭다고 하신 성경 말씀에 대하여: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갈라디아서 5장 13절; 6장 1~2절) 

다만, 서로의 연약함에 서로 속하라. 서로 의지하라. 혼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살려고 하지 말고, 상대의 짐을 들어주라. 그렇게 서로 속하라. 사랑하는 나의 주님. 제가 이 법을 사랑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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