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예찬
2016. 12. 28. 16:46ㆍ글/일상
사과를 반으로 잘라 둘 중 하나는 먹고,
다른 하나는 작은 비닐 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매일 아침 힘 주어, 정갈하게 구분되어 있는 점선을 끊노라면,
비닐의 가벼움과 아무렇지도 않음이 새삼 고맙다.
환경 오염에 대한 걱정이 스쳐도,
분리수거는 죄책감을 얼마나 경감시켜주는지.
이 가벼움. 이 즉흥성. 이 순간성. 이 편의성.
만약 비닐이 심각했더라면,
끈끈하거나 질척였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기에 부담스러웠다면,
이토록 사랑스럽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침마다 사과를 반으로 잘라
가벼운 마음으로 비닐을 뜯어 그 안에 넣을 때마다
그 아름다움을 찬탄한다.
그 깨끗함에, 그 친절함에, 그 덧없음에
안심한다. 기꺼이 내일도 손 내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