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24) 르우벤, 갓, 므낫세 반 지파

2017. 11. 13. 18:09성경 공부 /미술과함께-2017

Tribute in Light, photo by Matteo Cantanese @unsplash.com


2001년 9월 11일 아침, 맨해튼 34번가의 작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저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각을 한 직원이 말하기를, 월스트릿부터 걸어왔으며 쌍둥이빌딩에 매달린 사람들이 결국 손을 놓고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라디오에서는 부시대통령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울렸습니다, “자유에의 침공...” 제가 있던 미드타운까지 매캐한 냄새가 풍겼고 휴대전화는 불통이었으며 모든 공공교통은 멈췄습니다. 맨해튼을 빠져 나가기 위하여, 브롱스로 퀸즈로 뉴저지로 브룩클린으로.... 섬과 이어진 다리들은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저도 인파에 휩쓸려 99번가에 있던 집까지 걸어가면서, 한국도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이렇겠구나 생각했었지요. 


뉴요커들은 비행기가 빌딩을 향해 돌진하여 뚫고 들어가던 장면에서 엄청난 증오를 읽었습니다 - 왜 세계가 미국을 미워하는가. 매스컴은 과연 그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고 어떻게 추모해야 할지를 1년 내내 토론했습니다. 다음 해 돌아올 첫 번째 추모일을 공휴일로 해야할 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토론하고, 그라운드 제로에 다시 빌딩을 세워야 하는지 아니면 상흔을 간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토론하고, 그렇게 끝없이 토론을 하다가 2002년 9월 1일이 되었을 때, 그들이 보여준 추모의 방식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희생자들도 남은 사람들이 계속 삶을 이어가는 것을 원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예술의 도시답게 오케스트라들이 네 개의 공원에서 각각 그라운드 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레퀴엠을 연주했습니다. 폐허 위에서는 희생된 2,763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초혼했습니다. 이 때, 의례적인 추모사는 없었습니다. 그 행렬에 동참했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조차 주어진 이름들을 부른 뒤에 다른 어떤 연설이나 말없이 워싱턴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돌이나 시멘트로 지어진 빌딩 대신, 위의 사진과 같은 빛의 탑을 쏘아 올렸습니다.  


***


기념비나 추모비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대개 그 목적은 ‘기억’과 ‘위로’일 것입니다. 정복전쟁을 끝내고 돌아가던 르우벤과 갓 그리고 므낫세 반 지파도 제단을 세웠을 때, 그렇게 허탈했고 위로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가나안 정복 전쟁 직전, 그러니까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 그 동편 땅을 좋게 여겨서, 그곳에 정착한 지파들이었습니다. 모세는 그들이 싸움에 동참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락해주었고, 7년의 전쟁이 끝난 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전리품과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요단 서편 땅 그리고 영적인 허탈감이었습니다. 


그들이 알 지 못했던 것은, 하나님과 동행했던 그 7년이 오직 땅만을 위한 시간은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시고 응답해주신 건강, 학교, 직장이나 가정이 참으로 감사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더욱 행복했음을, 더 나아가 그 어려웠던 순간에도 주님과의 동행이 참으로 행복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결과이든 상관없이 - 그곳이 천국이든 지옥이든 상관없이 - 주님과 함께 있는 곳이 나의 천국이 되는 것이며, 그 분 외 다른 것을 바라지 않게되는 것입니다. 


이제 그들은 요단강을 건너기 전 그 헛헛한 마음을 기념 제단으로 채우려 했습니다. 그것이 ‘제단’이었기 때문에 다른 지파들이 깜짝 놀라서 달려왔지만, 잘 이야기하여 다툼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땅을 욕심내었던 르우벤, 갓 그리고 므낫세의 반 지파였지만 결국 더욱 소중한 것은 얻지 못했습니다. 결국, 현대에 이르러 그들의 영토는 시리아와 요르단이 되었고, 끝내 이스라엘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쌓았다고 하는 제단도 이제는 돌멩이 하나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재철 목사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올 해가 두 달 남짓 남은 이 때, 지난 일 년 간 여러분들이 열심을 다 하셨던 일들은 무엇이었습니까.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이 있는 생명의 일이었습니까? 하나님 말씀 앞에서 매 순간 죽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외형적으로 아무리 큰 제단을 쌓았다 해도, 하나님 앞에서는 돌무더기이지 않겠습니까?” 


모든 전쟁을 다 이겨도, 31명의 왕을 굴복시켜도, 가축을 기르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큰 땅을 차지해도 - 나에게 학문과 명망과 돈과 풍요와 건강과 젊음과 존경과 안정이 있다해도, 그래서 누구나 감탄할만한 기념탑을 세운다 해도... 결국 그 허탄함을 이길 수 있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의 영광스러운 기념비는 오직 갈보리 산 위의 험한 십자가 뿐입니다. 



이재철 목사님의 말씀은 아래 링크에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100church.org/home/board.php?board=cast&command=body&category=4&no=9597


Tribute in Light에 대해서는 아래 글에도 올려두었습니다. 

http://hungrysoul.tistory.com/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