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21) 발람

2017. 10. 23. 13:40성경 공부 /미술과함께-2017

Rembrandt, Balaam and His Ass, 1626, Oil on Canvas 

종교개혁의 정신을 사랑했던 렘브란트는 그 가치를 그림에서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눈 먼 믿음'에 대하여 일련의 시리즈를 제작하기로 결심했고, <토비아스와 안나>, <발람과 그의 당나귀>, 그리고 <내시의 세례>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눈 먼 토비아스의 종교적 허세와 (외경), 에디오피아 내시가 복음에 눈을 뜨는 모습과 함께 (사도행전 8장), 돈에 눈이 먼 발람이 천사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걸음을 멈춘 나귀를 때리는 장면을 통하여, 렘브란트는 당시 극단으로 치우쳐가던 맹목적인 신앙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발람에게 “가지 말라”고 하셨다가, 다시 “가라”고 하셨다가, 정말 가니까 노를 발하시고, 안 가겠다 하니까 다시 “가라”고 하셨기 때문에, 발람에 대한 평가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후서 2장과 유다서 1장은 그에 대하여 명확하게 ‘거짓선지자’라고 평가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전달은 했지만, 돈을 사랑하여 결국 하나님의 사람들을 유혹에 넘어가게 만든 거짓 교사. 

*** 

발람의 이야기는 제게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처음 구역장의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서 구역장을 내려놓을 때에야 비로소, 실은 저에게 능력과 자질이 없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구역장으로서 있을 수 있었던 까닭은, 할 수 있다는 ‘착각’과 하나님께서 기적에 가깝도록 ‘운용’해주신 것, 그리고 구역 식구들과 담당 목사님들께서 너무 많은 허물들을 눈감아주신 덕분이었습니다. 

일례로, 오래 전 구역 식구들 중 좀 특이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는 한 눈에 그가 가족 간 문제가 있을 것임을 직감했고, 다른 구역 식구들도 그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분명 직장 동료들이나 교우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 주에 한 번 모이는 모임에서 그를 대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1년의 시간을 채워가던 중, 그가 털어놓은 말을 제가 무심코 다른 이들에게 전달했는데, 그것이 그에게 큰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는 제게 찾아와서 항의했습니다. 

금요기도회에 가서 얼마나 눈물 흘리며 뉘우쳤는지 모릅니다. 분명 그는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이었고, 은연 중 저는 그를 업수이 여겼던 것입니다. 교회는 얼마나 연약한 공동체인지요. 그는 상처를 안고 조용히 잠적하거나 뒤에서 저를 비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저를 찾아와 질책해 주었고, 저는 제가 장님 같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그가 너무 예민하고 괴팍한 것이라 했지만, 저는 제 잘못을 부인할 수 없었고, 주님께서 그를 통하여 주시는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이 일은 제가 끊어버리지 못한 수많은 거룻줄 중에 떠오른 아주 작은 배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주님께서 만약 저의 죄악의 심연 아래 가라앉아 있던 모든 배들을 떠오르게 하셨다면, 저의 구역 모임은 유령선들로 뒤덮인 지옥의 바다가 되었을 것입니다. 

발람이 나귀를 막대기로 치면서, ‘칼이 있었으면 너는 죽었다’고 했을 때, 천사가 발람에게 ‘너는 나귀보다 못하다. 너는 내 칼에 이미 죽었다’ 라고 질책해 주었습니다. 발람은 왕이 귀인들을 보내어 초청할 만큼 초특급 VVIP였지만, 나귀는 한갓 짐승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저는 오늘도 뛰어난 재능으로 큰 사역을 하시는 목사님들이 돈이나 명예와 같은 1차적인 욕망의 거룻줄을 끊지 못하여 미끄러지고 있는 기사를 읽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추락이 저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두려워합니다. 

동시에, 그렇게 함량 미달의 사역자들을 통해서도 주의 말씀이 전파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합니다. 주님께서는 악한 선지자의 입술도 주의 백성들과 나라를 위하여 사용하셨습니다. (그의 지혜는 무궁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연약한 구역장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이 세상에 전달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 눈도 뜨게 해주시기를, 끊어야 할 거룻줄을 보게 해주시기를, 가차없이 끊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