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 하여 심으리라 13. 사무엘상 1장 1~11절

2018. 6. 25. 13:12성경 공부 /영화와함께-2018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1987년 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보신 후에 읽어주세요. :-) 

이란의 작은 시골 마을, 코케의 초등학교에서 꼬마 아마드와 그 짝꿍 나마자데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나마자데는 숙제를 공책에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해서 선생님으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고 엉엉 울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아마드는 깜짝 놀랐습니다. 실수로 자기 가방에 나마자데의 공책을 가져온 것입니다. 내일 나마자데가 또 혼날까봐 너무 걱정이 된 아마드는 공책을 가지고 엄마 몰래 집을 빠져나와 친구의 집을 찾아 산과 언덕을 넘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옆 마을 포쉬테로 갑니다. 그런데 마을에는 나마자데라는 성을 가진 집이 너무 많습니다. 종일 뛰어다니며 숱한 어른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친구는 만나지 못한 채, 어느 새 밤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 떠올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온 아마드. 엄마의 꾸지람을 배경 음악으로 숙제를 하고 있습니다. 창 밖에는 거센 바람소리가 가득합니다. 아마드는 숙제를 하던 고개를 들고 마치 현인 賢人처럼 창문을 때리는 거친 비바람을 바라봅니다. 

다음 날, 무서운 선생님께서 숙제를 검사하고 계십니다. 나마자데의 차례가 되니 관객들은 조마조마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마자데는 숙제를 잘 했다는 칭찬을 들었고, 선생님은 지나가셨습니다. 친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카메라를 향해, 즉 관객을 향해) 씩 웃습니다. 둘의 공책의 필기체는 똑같습니다. 책갈피 사이에 끼워둔 꽃잎 한 장이 바람에 날아갑니다. 

***

한나는 불임 (난임)의 여인이었습니다. 경쟁자인 브닌나는 남편이 한나를 더 사랑해준다는 이유로 한나의 약점을 아프게 공격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한나의 내면은 폭풍우와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남편은 그런 한나를 따뜻하게 위로하지만, 남편의 사랑이 더해질수록 브닌나의 공격은 거세어질 뿐이었습니다. 

한나는 브닌나에게 반격하지도 않고, 남편의 사랑에 의존하지도 않으며, 정말로 이 일을 해결하실 수 있는 분께 직행합니다. 사무엘상 1장 9절에서 한나가 “일어났다”고 할 때 쓰인 “쿰”이란 단어는 결심의 행위를 뜻합니다. 한나는 자신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오직 하나님 앞에서만 자신을 쏟아내었습니다. (15절) 여기에서 우리는 10절과 11절의 행간에 있을 시간과 눈물을 반드시 계수해야만 할 것입니다.  

혹시 기도에 깊게 들어갔다가 나온 후에, 처음 들어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을 얻으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누군가가 너무 미워서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깊은 기도 가운데 그 사람이 얼마나 불쌍한 사람인지를 성령님께서 가르쳐주셨던 경험이 있으십니까? 무엇인가가 너무 두려워서 기도를 시작했는데, 오직 주님만 함께 계셔주신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평안함으로 기도를 마치신 경험이 있으십니까? 

한나도 처음에는 자신을 위하여 자식을 간구하였을 것입니다. 성경이 워낙 과묵한 책이기 때문에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10절에서 11절로 넘어갔지만, 우리는 그녀의 기도가 몇 시간이나 이어졌는지, 통곡에서 서원으로 어떻게 넘어가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짧지 않은 시간과 적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고 결국 한나는 이르렀습니다 - 이제는 자식을 주셔도 자기를 위해 키우지 않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한나는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간 뒤에, 임신의 징후가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평안합니다. (18절) 

꼬마 아마드가 친구 나마자데의 처지에 깊이 들어가서 마치 그의 일이 자기 일인 양 하루를 온전히 바치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비록 현실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친구의 순수한 희생과 우정은 언제나 감동적인 법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하게 감동적인 까닭은 엔딩의 반전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마드가 친구의 현실에 깊이 골몰하여 얻어낸, 지혜로운 제 3의 길이었습니다. 

한나가 브닌나의 현실이나 남편의 현실을 택하지 않고, 하나님의 현실 안으로 깊이 들어가 시대의 가치관이 흔들 수 없는 평안을 획득하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전 우주의 창조주, 높고 거룩하신 만군의 하나님께서 작고 미천한 여인의 상한 마음을 괘념하실까! 저 또한 한나처럼 나의 좁은 현실에 함몰되지 않고 "일어나" 그 분의 현실에 몰두하는 기도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 분 앞에서만 나의 마음을 쏟아놓고 그 분의 관점이 나의 영혼을 장악할 때까지, 그래서 현실의 이 비루한 고통들이 더 이상 나를 괴롭게 하지 못하기까지, 그 분 안으로 파고들어 가서 말씀 드리고, 말씀 드리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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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한조 목사님의 말씀은 링크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100church.org/home/board.php?board=cast&category=4

2. Redeemer Presbyterian Church의 Timothy J. Keller 목사님께서 설교하신 Gospel According to David 시리즈 중에서 2003년 12월 7일의 말씀, <Prayer for David>을 참조했습니다. 

3. 아마드 역할을 맡은 배우가 짝꿍이 혼날 때 짓는 걱정스런 표정 연기는 일품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 아이들로부터 이토록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클로즈업을 얻어내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5 더하기 6은 얼마지?’ 와 같은 산수 문제를 냈고, 그 때의 표정을 찍었어요.” 그럼, 나마자데가 혼나서 우는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요?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