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 하여 심으리라 15. 사무엘상 2장 1-21절

2018. 9. 11. 12:28성경 공부 /영화와함께-2018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사회 해체의 단계다. (...) 설탕물 밖에 먹은 게 없다는 할머니가 내 앞에 끌려온 적이 있다. 고물을 팔아 만든 3천원이 전 재산인 사람을 절도죄로 구속한 날도 있다. 낮엔 그들을 구속하고 밤엔 밀실에 갔다. 그곳엔 말 몇 마디로 수천억을 빨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는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켜봤다. (...)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적당히 썩었더라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 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 (2017), 이창준 검사의 유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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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살인 사건을 통하여 검사스폰서, 방산 비리, 재벌과 언론의 결탁까지 다룬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즈 선정, 2017년 세계 10대 드라마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던 <비밀의 숲>에는 욕망이 이끄는 길로 한 발자국을 옮겼다가 결국 괴물이 된, ‘이창준’이라는 검사가 구조악에 대항하여 자살공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수연 작가는 그러한 결말을 구상하면서, 해리포터의 덤블도어가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여러분은 이제 옳은 길과 쉬운 길 중 선택해야 할 것이다.” 작가는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진 옳은 길의 반대말이 나쁜 길, 잘못된 길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아무도 대놓고 나쁜 길을 선택하진 않습니다. 다만 옳은 길이 너무 어려워 보이고 너무 가시밭길이니까 그 옆에 쉬워 보이는 길로 한 발 살짝 뺀 것 뿐이고, 그 길의 끝은 완전히 다른 갈래입니다.[각주:1]  


정의라는 판타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작가는 전두엽이 손상되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이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욕망하지 않는 자는 지배할 수 없다” 작가는 이 문장을 읽고, 만약 감정이 없다면 - 매우 옅은 사람이라면, 바라는 것이 훨씬 적고 따라서 욕심을 안 부리지 않을까’ 상상했다고 합니다.[각주:2] 즉, 우리의 현실은 그만큼 정의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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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의 아들들이었던 홉니와 비느하스가 제사장으로 있던 시대의 이스라엘도 부패로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삼상2:12-17) 대제사장이자 사사였던 엘리는 지금의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였으며, 왕위가 계승되던 시대에 그 아들들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백성들이 정기적으로 성전에 바칠 수밖에 없는 제물을 통해서 자기들의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권위를 자기 욕심을 위해 휘둘렀습니다.  


그 어두운 시기에 누가 정의를 위해 굽히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누군가 공의를 위해 일어선들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성경은 그런 시기마다 기도하는 성도들을 언급합니다. 불의가 횡행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던 당시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불임의 한 여인의 기도와 그 아들을 통하여 조용히 구원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 때 한나의 마그니피카는 영광스럽습니다. 성령님께서 주신 기쁨 안에서 그녀는 이미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개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호와를 대적하는 자는 산산이 깨어질 것이라. 하늘 우뢰로 그들을 치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땅 끝까지 심판을 베푸시고 자기 왕에게 힘을 주시며 자기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의 뿔을 높이시리로다. (삼상2:10)” 


정의로운 인간들이 꿈 꾸었을 쿠데타는 없었습니다. 혁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천하를 호령하던 홉니와 비느하스가 그렇게 하루 아침에 블레셋에 의해 멸절될 줄을, 대제사장 엘리의 죽음이 그렇게 비참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성전에 처음 왔을 때 4, 5살짜리 꼬마였던 사무엘이 그토록 조용히 그러나 바위처럼 굳건하게 이스라엘을 개혁하리라고 상상했던 사람도 없었을 것입니다. 주님은 오래 참으시지만 반드시 땅 끝까지 심판을 베푸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아주 아주 오랜 시간 후에, 결국 그 심판이 조준되어 있던 인간들 - 바로 저를 사랑하셨던 우리 왕, 하나님의 기름 부음 받으신 어린 양께서 세상의 죄를 다 지시고 왕노릇하던 사망을 향하여 자살 공격하셨습니다. 비교하기 황송하지만, 이창준 검사가 부정부패의 비리를 본인이 지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모습에서 저는 세상의 모든 구원이 어쩔 수 없이 지니게 되는 그리스도의 흔적을 봅니다. 물론 이것은 작가의 상상이고 드라마의 허구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구원이 가리키는 궁극적인 심판자, 궁극적인 정의는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드라마에 감동을 받고 힘을 얻습니다. 온 세상의 민족들과 나라들, 그리고 저 외로운 섬들까지도 모두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정의의 소망이 가리키는 궁극의 한 분, 그 분이 현실이시기 때문이며, 그 분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1.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 인터뷰, 이데일리, 2017년 7월 22일 [본문으로]
  2. ibid.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