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17. 사무엘상 3장

2018. 10. 1. 11:59성경 공부 /영화와함께-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에는 좀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가는 꼬마 쇼타와 그의 아버지 역할을 해주는 오사무가 나옵니다. 소년에게 도둑질을 가르쳐 주고 함께 살아가던 오사무는, 자꾸만 아이에게 자기를 “아빠”라고 불러보라고 조릅니다. 그러나, 무뚝뚝한 쇼타의 입술에서는 아빠라는 단어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후일, 오사무는 경찰관으로부터 “왜 아이에게 도둑질을 가르쳤느냐”는 취조를 받습니다. 그는 가르쳐줄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었다고 대답합니다. 


출소한 오사무와 보호시설에 보내진 쇼타가 오랜만에 예전처럼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었습니다. 쇼타에게는 이미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있습니다. 등을 맞대고 잠들어 가면서, 오사무는 사무치게 말합니다. “너를 버려두고 도망갔었어. 미안해.” 그것은 쇼타를 놓아 보내주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다음 날 아침 쇼타가 탄 버스가 출발하자 오사무의 몸이 저절로 움직입니다. 부질없이 버스를 따라 달려오는 오사무의 모습을 눈치 챈 쇼타는 자기도 모르게 말합니다, “아빠...!”    


***


“내 아들아...”  엘리는 어린 사무엘을 이렇게 부릅니다.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능가해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은 결국 아들이 자신을 능가해주기를 바랍니다.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면도하는 법을 누구로부터 처음 배웠습니까? 넥타이를 매는 법은? 공을 던지고 받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만약 그 분이 당신의 아버지이셨다면, 당신은 (수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복되고 귀한 아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당신은 아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주고 있습니까? 이 시대의 아들들은 넥타이 매는법을 유튜브로 배웁니까? 


엘리가 사무엘에게 “여호와여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대답하는 법을 일러주었을 때, 그는 자신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이 처음 임하던 그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사무엘은 12살, 전통적인 유대사회에서 만 십 이 세는 가업을 잇기 시작하는 나이였습니다. 바야흐로 아들이 아버지를 밟고 일어서는 때가 온 것입니다. 엘리는 체념합니다, “이는 여호와시니 선하신 소견대로 하실 것이라.”  


만약 엘리가 육의 아들들인 홉니와 비느하스를, 하나님께 바친 아들인 사무엘처럼 대할 수만 있었다면... 홉니와 비느하스가 율법을 어기고 죽을 죄를 지었을 때, 하나님을 위하여 그들을 정말 죽일 수 있었다면...! 사무엘상 3장의 오이디푸스적인 비극을 대하며, 제 마음 속에는 수많은 if들이 부딪칩니다. 세상의 어떤 아버지도 완벽하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물려받은 아들들은, 그것이 정말 “가르쳐줄 줄 아는게 그것 밖에 없었기” 때문임을, 나중에 자신들도 아버지가 되고나서야 이해합니다. 부모로서 우리의 아들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쩌면 우리가 먼저 스스로 그 아이들을 하나님께 놓아 보내주는 길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마치, 오사무가 아빠가 아님을 인정하고 아이를 놓아주었을 때 비로소 쇼타가 오사무를 아빠라고 부르게 되듯이; 아브라함이 이삭을 죽이고자 했을 때 하나님께서 비로소 이렇게 말씀하시듯이,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아무 일도 그에게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라도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이제야 네가 나를 사랑하는 줄을 아노라.” (창22:12); 후일 하나님께서 자기 아들을 십자가에 죽이시는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제 안에도 이러한 확신이 드는 것처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요3:16) 이제는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줄 알겠습니다." 


죽고자 하는 자는 살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 - 직장에서 밀리고, 아들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며, 세상에 설 곳이 없어지는 남자들에게, 이 엘리 제사장의 이야기가 역으로 위로되기를 바랍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당신의 부하직원들이나 아들들이나 후배들을 통하여 세 번 이상 질책하신다면, 그것은 엘리 제사장을 소년 사무엘을 통하여 세 번 부르시던, 그 분의 사랑고백이자, 당신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돌이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 분은 당신의 사랑이 떠나는 것을 견디지 못하시는, 질투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