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리라 23 사무엘상 9장

2018. 11. 26. 19:20성경 공부 /영화와함께-2018

스파이더맨은 아마도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 중에서 가장 가난하고 서민적인 영웅일 것입니다. 피자배달을 하느라 전전긍긍하는 와중에 세상을 구하느라 뛰어다니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또 생활고에 시달리며 교수님께 꾸지람을 듣는 평범한 청년의 모습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초창기 스파이더맨의 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패턴이었지요: 아르바이트와 학업에 열심이다가 - 악당이 나타나서 세상을 구하고 - 그러느라 자기 일과 사람들을 챙기지 못하여,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회의하다가 - 그래도 "위대한 힘 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각주:1]는  뉘우침으로 다시 세상을 구하러 나갑니다. 물론 여전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일상에 지쳐 있지만, 그래도 세상을 향한 박애적 사랑의 불꽃이 그 안에 타오르고 있어서 결정적 순간에는 개인 생활이나 이득을 모두 희생하는 캐릭터입니다.  

사울이 블레셋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하여 낼 영웅으로 발견되기 전, 사무엘상 9장이 묘사하는 청년 시절의 사울 역시 일상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 아버지의 암나귀, 자신의 것도 아닌 아버지의 자산을 관리하느라 2박3일의 노숙을 불사하며 베냐민 산골에서 숩 지방까지 나오게 된 이 성실한 청년의 묘사는, 사울왕의 비참한 결말을 알고있는 독자로서 마음 한 부분의 통증 없이 읽기는 힘듭니다. 청년 사울은 자신을 걱정할 아버지를 염려하기도 하며 수종드는 사환의 말에도 귀 기울여 따르는, 후일의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그 독단적이고 고집 센 사울왕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마치 고색창연한 전래 동화의 영웅 이야기처럼 (평범한 소년이 스승을 만나서 자기 안의 능력을 깨달아, 훈련을 거쳐 영웅이 되어 세상을 구한다는 전형적인 플롯처럼), 사울은 살리사나 사알림과 같이 현재의 우리는 알 수 없는 이름의 지방들을 헤매이다가 비로소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줄 멘토를 만나게 됩니다 - 사무엘, 그제서야 성경은 플래쉬 백으로 암나귀의 고난이 의도된 것이었음을 밝혀줍니다. 이 때 주의하여 보아야 할 내용은 하나님께서 사무엘에게 사울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는 부분입니다, "그가 내 백성을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구원하리라. 내 백성의 부르짖음이 내게 상달하였으므로 내가 그들을 돌아보았노라." (16절) 

우리는 사무엘상 8장에서 왕을 구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사실 블레셋의 압제는 심각했던 것이며, 하나님께서도 그 부르짖음을 듣고 계셨던 것입니다. 청년 사울은, 블레셋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미래의 왕입니다. 그 안에는 역시 "세상을 향한 박애적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을까요?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성경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사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 마음에 있는 것을 다 네게 말하리라." (19절) 

너는 암나귀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온 이스라엘은 너를 찾아 헤매고 있다. "온 이스라엘의 사모하는 자가 누구냐? (20절)" (저는 사무엘의 이 말씀이 우리 청년들에게도 힘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하루의 먹을 것을 염려하느라 고달프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향하여 "온 세상이 사모하는 자가 누구냐 "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 말에 사울은 당황합니다. "나는 이스라엘 지파의 가장 작은 지파 베냐민 사람이 아니오며 나의 가족은 베냐민 지파 모든 가족 중에 가장 미약하지 아니하니이까? (21절)" 이렇게 겸손하고 순수한 태도의 사울을, 사무엘은 사랑하였습니다. 그에게 최고의 예를 갖추어 음식을 대접하고 밤 새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아침에 사울이 그 도시를 떠날 때에도 그 경계까지 함께 걷습니다. 아마도 사무엘은 이 밤을, 사울이 권력에 눈이 멀어 사무엘을 배신하고 하나님을 떠났을 때, 그래서 사무엘이 너무 많이 울며 기도하여 하나님께서 말리셔야만 했을 때마다 떠올렸을 것입니다. (삼상16:1)   

사무엘의 사랑은 사울과 대조적입니다. 사무엘의 입장에서 사울은 후계자이자 동시에 자신이 가진 권력 중에서 행정권과 사법권을 내어주어야 할 경쟁자이기도 하였습니다. 후일 사울이 자신의 후계로 지목된 다윗을 죽이려 했던 모습과 비교해보면, 사무엘이 사울을 사랑하는 모습은 거룩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사울왕이 어떻게 하나님께서 주신 권력으로 블레셋을 물리치는 영웅이 되며, 또 어떻게 그 권력에 삼키워져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보게 될 것입니다. 전형적인 영웅 서사는 주인공인 평범한 소년이 자기 안의 영웅으로서의 자질과 책임감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 설사 세상에서 왕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며,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따로 계시다는 사실을. 이것을 모르면 사울 왕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세상을 구원하신 궁극적인 히어로, 진정한 왕, 진짜 주인공이 따로 계십니다. 

  1. 스파이더맨 2, 200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