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원 | 도라지

2016. 11. 3. 12:28글/엄마의 정원

아빠가 5년 전 할머니 산소에 성묘가셔서 캐오신 야생 도라지가 엄마의 11층 아파트 창가에서도 계속 그 황홀한 보라빛 꽃을 피우고 있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개구쟁이 꼬마가 코를 창에 박고 바깥 세상을 동경하듯이, 꽃도 그 여린 얼굴을 유리창에 박고있다. 창 밖은 오직 외곽순환도로이고 자동차들이고 미세먼지일 뿐인데도. 그녀가 살던 그 깊은 숲 속, 비밀스런 햇살과 바람이 찾아오던 그 곳의 흙을 그리워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