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원 | 가을도 떠나고 있다 (엄마는 여행중)

2016. 11. 23. 13:50글/엄마의 정원


뉴질랜드의 큰이모가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보내주셔서 황급히 떠난 엄마의 해외 여행. 엄마는 집안 곳곳 "난방을 끄라" 와 같은 메모를 붙여두시거나, 간장게장이나 홍시 등의 저장식품을 남겨두셨지만, 아빠의 외로움은 다른 여느 때보다도 짙어 보인다. 우리 집 살림과 아빠 집 살림, 둘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공평하고 속편하게 모두 안 하기로 했다. 하루 한 번 저녁 식사만 챙겨드리는데, 그것도 아빠가 퇴근 때 외식을 하시거나 우리 부부와 함께 저녁을 드실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간소 버전으로 준비한다. 그래서, 매일 한 번 마실가는 기분으로 아빠 집을 향해 산책하던 길, 익어있는 가을 열매가 너무 예뻐서 찰칵. 어쩌면 이렇게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 아래 이토록 선명하게 붉은 과실을 맺는 걸까. 이 붉은 색이 예쁜 것을 보니,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가을도 떠나고 있다. 오늘 밤만 자면, 엄마가 돌아오신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부재가 견디기 힘들다. 어렸을 때엔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이별이나 죽음에 대해 더욱 의연해지리라 막연히 기대했었는데, 사실은 정반대이다. 나이가 들고 조금씩이나마 더 알게될수록 못 견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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