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정원 | 미니 김장

2016. 11. 7. 14:38글/엄마의 정원



결국, 엄마가 강화도에 가신게 문제였다. 평화롭던 수요일 오후, 엄마로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구역식구들과 강화도 풍물시장에 다녀오신다길래, 순무김치를 부탁드렸는데, 엄마는 나보고 수레를 갖고 지하주차장에 내려오라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사셨을까. 호기심으로 내려가보니, 정말 수레가 필요하다. "한 상자에 만원인데 안 살 수가 없었어." 고구마, 무, 파, 무청, 콩, 고추 순무김치 등등 싱싱한 야채들을 한 아름 실어 오셨다. 졸지에 미니 김장을 하게됐다. 그러나 파를 다듬으시는 엄마를 뒤로하고 나는 선약되어있던 장소로 떠나야만했다. 그 날 엄마는 자정까지 야채들을 다듬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 일찍 엄마네 집으로 갔을 때, 거실은 김장모드였다: 바닥은 신문지로 무장되어있었고, 집의 모든 대야들은 출동 대기 상태였다. 오늘의 아이템은 파김치 열무김치 알타리김치. 



물론 내가 한 일은 오직 엄마가 시키시는 양념을 찾아오거나 간을 본 것 뿐이다. 엄마는 식구들의 건강을 위하여 파김치를 많이 담그셨다. 



단 맛이 나는 무, 싱싱해서 향기로운 파, 갓, 순무... 강화도에서 나는 채소들은 남다르다. 나는 극상품의 김치를 전리품으로 수레 가득 안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온 몸이 맞은 것처럼 아프다고 하시던 엄마는 잠시도 쉬지 않으시고 어느새 김치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서 며느리네와 할머니댁으로 출발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