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30. 15:00ㆍ예쁜 /그림
제 5차 광화문 촛불 집회에 다녀 온 남편이 보내 준 사진 중에는 파란색 고래 풍선이 있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왜 정부가 그렇게 무력했는지 이제야 비로소 이해되는데, 천진한 미소의 귀엽던 고래 풍선은 등 뒤에 노란 종이배를 싣고 별처럼 반짝이던 촛불의 행렬 위를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성경의 요나 선지자도 바다에 빠졌을 때 큰 물고기가 선지자를 삼켜서 3일만에 뭍으로 인도해 주었다고 한다.
문득, 우리 눈 앞에서 아이들이 그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져가던 그 때, 단 한 명이라도 기적처럼 살아남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그 순간에도,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바다 저 편 하늘 저 너머에서는 이렇게 큰 고래가 304명의 영혼들을 고이 저 하늘 나라로 데려가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요나 선지자를 바다에 던졌던 선원들도 흉용한 바다에 절규했을지언정 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듯이, 신의 단호한 침묵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우리들은 비록 볼 수 없었지만,
304명의 영혼들도 저 하늘의 별처럼
그 분의 손 안에 고이 간직되어 올라가지 않았을까.
우리가 알 지 못하는,
헤아릴 수 없는 그 분의 사랑을 좇아서.
***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은 아주 어둡게 그리고 싶었다.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나오는 인간들의 마을처럼, 짙은 어둠에 잠겨있는데, 밤 하늘의 별들은 최대한 화려하고 밝게 그리고 싶었다. 커다란 고래가 촛불같은 304명의 영혼들을 삼킨 채 그 별들을 향해 헤엄쳐 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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