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엌을 위하여
2016. 12. 8. 14:39ㆍ예쁜 /그림
연말이 다가오면서 초대가 늘었다. 침체된 경기때문일까, 음식점보다는 집으로 초대하는 이들이 많다. 집으로 초대하는 일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므로, 나 역시 성의를 표하고 싶어서 직접 그림을 그려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집 앞 슈퍼에서 모과를 하나 천 원에 팔고 있길래, 피사체로 하나만 샀을 뿐인데도 거실에 모과향을 가득 채웠다. 이 기특한 과일은 향기로울 뿐 아니라, 유화로 그리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생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우리 집의 환경에서는 유화를 그릴 수 없으므로, 와트만지 위에 수채화로 그린 후 오일파스텔, 즉 크레파스를 덧칠하고 매트 바니쉬를 발랐다. 오랜만에 수채화가 아니라 덧칠하여 그리는 일이 즐거웠다. 바니쉬가 마르면, 다이소에서 산, 역시 천 원짜리 액자에 끼워 선물할 것이다. 이렇게 3천원으로 친구들의 부엌에 아주 소박하게나마 문화의 향기를 입혀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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