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 NY | 리디머 장로 교회 Redeemer Presbyterian Church

2017. 1. 18. 23:14글/New York, New York


조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미국으로 유학을 결심했을 때, 나는 학교보다 교회가 더 중요하다고 기도했었다. 제발 좋은 교회가 있는 곳으로 나를 보내달라고 기도 드렸는데, 그것은 매우 어린 소녀 감성의 기도였고 마음 속으로는 작고 아담한 울타리의 교회와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할아버지를 닮은 목사님을 그렸던 것 같다. 어쨌든, 맥도널드에서 부끄러워 크게 주문도 못 하던, 소심한 여학생이었던 나에게 타지에서의 교회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기반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충고해 주었다. 공항에 어떤 교회에서 마중 나왔는지에 따라서 이민 생활이 결정 된다고. 어떤 사람들은 영어 실력을 빨리 늘게 하기 위해서 절대 한인 교회에 나가지 말라고도 충고해 주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 택했던 교회는 이민자 2세들이 세운 교회였다. 교회의 구성원들은 주로 한인 2세들이었으므로 문화는 한국적이었지만 예배는 영어로 진행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서툰 영어로 진행되던 설교와 예배는, 그것이 영어였다는 것 외 다른 한인 교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영어라는 장벽은 나의 눈을 덮고 있던 갈망이자 우상이었다. 


문제는 목사님이 신비주의에 빠지면서 시작되었다. 한 언니가 성령님을 받았다 주장했고, 실제 초능력을 발휘하여 볼 수 없는 것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남자친구가 없는 언니에게 다가가 곧 남자 친구가 생길 것이라고 예언해주는 식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언니는 목사님의 설교 본문까지 결정짓기 시작했다. 끔찍했던 수련회를 다녀온 후 나는 그것이 하나님의 영이 아님을 확신했고, 목사님과 긴 언쟁 후 방학을 맞이하여 한국에 잠시 돌아왔다. 진심으로 교회를 의지했던 나의 마음은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었다. 


한국에서 조언을 구한 세 분의 목사님들은 모두 한결 같이 그 교회를 “조용히” 떠나라고 말씀해 주셨다. 신비주의에 빠진 목사님은 교회가 산산조각 나지 않으면 정신 차리지 못한다고도 하셨다. 나보다 신앙이 어리고 미숙했던 다른 친구들이 걱정되었지만,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을 보호해주시리라 믿으면서, 나는 다시 그 교회로 돌아가지 않았다. 


맨해튼에서 두 번째 교회를 찾아야만 했을 때, 나의 마음은 황폐했다. 이제는 목사님이나 교회라는 타이틀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방황하던 나에게 한 친구가 두 교회를 추천해 주었다. 타임 스퀘어 교회 (Time Square Church)와 리디머 장로 교회 (Redeemer Presbyterian Church). 그러면서,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타임 스퀘어는 가슴에서 머리로 from heart to brain, 리디머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from brain to heart.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타임 스퀘어는 은혜를 받으면 사람들이 일어나 울면서 방언으로 찬양하는 분위기야. 하지만 리디머는 은혜를 받을수록 조용해지면서 고개를 숙이고 필기하는 분위기지.” 


그래서 하나씩 가보기로 했다. 먼저 타임 스퀘어 교회. 이름처럼, 브로드웨이의 극장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구성원들은 남미인들과 흑인들이 많았다. 예배가 진행되자,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나도 찬양과 기도에 감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은 맨해튼에 돌아와서 참으로 오랜만에 위로를 받았던 예배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타임 스퀘어 교회는 9-11 테러를 한 달 전에 예언했었다고 한다. 내가 예배를 드렸던 날도 금식하며 기도하던 중이었다.    


리디머 장로 교회는 헌터칼리지의 강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구성원들도 백인종과 황인종이 많았다.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는 플라스틱 대학 강당 의자 위에 앉아서, 불안한 마음으로 예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얀 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이 강단 위로 올라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님께서 여기에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다 함께 예배합시다. God is here with us. Let's worship Him!” 


그 순간, 이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졌다. 아무 수식 없이 맑은 눈으로 단순하게 말씀하신 오프닝이었는데, 하나님께서, 내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살아있는 진짜 주님께서, 거기에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이 믿겨졌다. 그 백발의 노신사는 테리 가이거 (Rev. Terry Geyger) 목사님이셨다. 리디머 장로 교회를 처음 구상하고 팀 켈러 목사님을 (Dr. Timothy J. Keller) 설득했던 분이셨다. 


말씀의 배경이 되는 성경은 율법학자가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하여, 세상에서 가장 큰 율법이 무엇이냐고 묻는 장면이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청바지를 입고 콘트라 포스트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의 자세 - 일명 짝다리) 자세로 서서 한 손으로는 성경을 들고, 한 손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설교를 시작하셨다. 그러나 나는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40분 정도의 설교 시간 내내 간절하게 귀를 쫑긋 세웠지만, 당시 나의 실력으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 단 한 문장 외에는. 온 설교를 통틀어 이해했던, 단 한 문장. “There is no one who can love God except Jesus Christ on the cross between heaven and earth."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예수 그리스도 외에는, 십자가 위의 그 분 - 하늘과 땅을 잇는 십자가에 매달려있던 그 분 외, 하나님을 참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팀 목사님은 알 수 없는 정열로 그 문장을 말씀하셨고, 그것은 나의 귀를 뚫고 들어와서 심장에 꽂혔다.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는 교회라면 믿을 수 있었다. 


며칠 후, 9-11 테러가 터졌다. 다음 주일 나는 다시 헌터칼리지 강당에 앉아 있었고, 그 날 3천여명이었던 교인은 4천여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 순간에도 나는, 주님께서 나의 기도를 넘치도록 들어주셨다는 사실을 잘 알 지 못했었다. 6개월 쯤 지난 후에야 비로소 정말 좋은 교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 첫 교회에서 헤어졌던 친구들 대부분을 리디머에서 다시 만나게 된 놀라운 일도 있었다. 그들 역시 한 명 한 명 나처럼 보호해 주시고 인도해 주셨던 것 같다. 그렇게, 리디머 교회는 나의 유학 시절을 굳건히 지켜 준 교회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진정 뉴욕을 사랑하게 되도록 이끌어준 교회가 되었다. www.redeem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