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 with Him | 문 (팀 켈러의 시편 묵상 2월 17일)

2017. 2. 17. 15:31성경 공부 /일반

https://unsplash.com (by Philipp Berndt,Oslo, Norway)


얼마 전 여름, 너무 더워서 바람이 통하라고 열어 둔 현관 문으로 옆 집 아가가 아장아장 걸어 들어왔었다. 무서운 사람이 들어올까봐 언제나 꼭꼭 닫아 둔 문이었는데, 맘대로 들어와버린, 사랑스러운 불청객이 너무 깨끗하여, 나는 감히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못 내고 "아이 예쁘다 아가." 눈마주치며 웃어주기만 했다. 왠지 내가 가까이 다가서면 행여 놀랄까 두려워서. 그런데, 복도 뒤로 그 오빠가 고개만 빼꼼 내밀고 숨어서 동생을 지켜보고 있었다. 동생이 걱정스럽지만, 낯선 집 현관으로 감히 들어오지는 않던 그 꼬마를 나는 예의 바르게 못 본 척 해주었다.  "아가, 어서 엄마에게로 가라. 엄마가 걱정하신다." 


이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눈 마주치며 인사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피하는데 익숙하고, 같은 층 사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 인사한 적 없는 일이 당연한데도 그 날의 기억은 선명하다. 이웃이 그립지만, 사람들은 무섭다. 


오늘 아침, 로블랜드 트라니아에서 팀 켈러 목사님의 시편 묵상을 번역하여 카톡으로 보내다가, 대여섯살 남짓의 예쁜 꼬마 아가씨가 엄마랑 똑같은 검정 패딩을 입고 가게 문을 들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만약 그 때 내가 이 기도문을 읽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예쁘다고 칭찬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는 웃으며 엄마 뒤로 숨었지만, 나는 엄마가 조심스럽게 보내는 경계의 시선을 무릅썼다. 이 기도문 때문이었다: 


아버지, 제 곁의 모든 이들은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고, 주께서 보시기에 좋았습니다; 

한 명 한 명의 형제 자매가 모두 그 안에 그리스도와 당신의 영광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그들을 차갑게 대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제게 큰 사랑을 주사 매일의 삶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아멘. (Song of Jesus, Tim Keller)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고, 주께서 보시기에 좋았다"는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오늘 아침도 어김 없이 보도되던 전쟁과 강간과 살인의 소식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형제 자매 모두 그 안에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영광을 지니고 있다... 눈물을 참고 그 기도문을 끝까지 읽으며, 아, 죄 된 세상, 나의 주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얼마나 아프게 그 형제 자매를 - 나를 껴안으셨던지. 오늘도 내 한 몸 다칠까 두려워하는 맘 이길 수 있기를, 삶답게 살 수 있도록 도우시는 큰 사랑 힘 입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