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Gracias A La Vida 살아있음에 감사를

2017. 3. 3. 10:32글/나의사랑하는책


살아있음에 감사를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신은 나에게 두 개의 별을 주셔서, 눈을 뜰 때마다 검은색과 흰색을 완벽히 구별하게 하셨습니다. 저 높은 하늘 뒤에 가득한 별 빛들을 구분하게 하셨고, 수많은 군중 가운데에서도 내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게 하셨습니다.

 

살아있음에 감사를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신은 나에게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셨습니다. 그 모든 숨 소리와 낮과 밤이 지나가는 소리들, 크리켓 소리, 카나리아, 망치, 터빈 돌아가는 소리, 벽돌이 깨지는 소리, 폭풍우, 그리고 부드러운, 내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를 듣게 하셨습니다.

 

살아있음에 감사를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신은 나에게 소리와 언어를 주셨으므로, 나는 사고하며 선언합니다. 어머니, 형제, 친구 그리고 빛, 그 비추임을 따라 선택한, 내 사랑하는 이의 영혼의 길을.

 

살아있음에 감사를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신은 내가 걸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나는 지친 두 발로 행진합니다. 도시들 연못들 해변들 그리고 사막과 산과 평야를. 당신을 향하여. 그 거리를 지나 당신의 정원 안으로.

 

살아있음에 감사를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신은 내게 심장을 주셨지만, 그 심장은 터질 것 같습니다 - 인간의 머리, 그 사상과 신념이 이루어내는 결실들을 볼 때, 선이 악으로부터 그렇게 먼 것을 볼 때, 그리고 당신의 맑은 눈을 깊이 들여다볼 때 내 심장은 터질 것 같습니다. 


살아있음에 감사를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신은 내게 웃음과 함께 눈물도 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부서지는듯한 고통 가운데에서도 행복을 봅니다. 그것이 나의 노래를 이루는 두 가지 요소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노래이자 나 자신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모든 노래들은 그렇습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

번역은 참 즐거운 일이다. 내가 들어가보지 못한 세상에 들어가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가치관과 세계관 안에 갇혀 그 세상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감성이, 이런 해석이, 이런 은유가..!" 하는 감탄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문학 작품의 번역은 그래서 더 재미있고 어렵다. 메르세데스 소사가 불러서 유명한, Gracias a la Vida 역시 그러하다. 생일을 맞이 한 친구에게 축하 선물로 주고 싶어서 번역했는데, 구글 번역과 Lyrics Translation이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영어번역들을 참고했다. 


첫 단락부터 놀라움. "나에게 두 개의 별을 주셨다"는 표현은 눈을 뜻하는데, 자연스럽게 밤 하늘의 별들로 우리의 시선을 이끌어, 별처럼 무수한 사람들, 그 중에서 빛나는 나의 한 사람에게로 촛점을 모아준다. 


두 번째 놀라움은 소리. 그녀는 신이 주신 눈, 귀, 입, 발, 심장 순으로 감사를 표하는데, 들을 수 있는 행복을 말함에 있어, 낮과 밤이 지나가는 생활의 소리들 - 망치소리, 터번소리, 벽돌을 깨뜨리는 소리 등은 우리가 평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연의 소리가 아니라 산업의 소리, 공장의 소리라서 놀랍다. 그 시끄러운 소음들 가운데 뚜렷한, 내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 맞다, 메르세데스 소사는 사회운동가였다!  


말, 언어의 행복을 노래할 때, 번역을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 고민했다. 언어는 여기에서 논리력, 사고력까지 의미가 확장되고, '빛'이란 단어는 illumine, 계몽과 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지를 밝힌다'는 느낌의 의역을 넣었다. 담백하게 번역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빛, 빛의 비췸,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가 가고있는 그 길." 시적으로는 이것이 더 아름답지만, 더 넓은 이해를 위해 의역을 선택했다. 


갑자기 기타 반주가 행진곡 풍으로 바뀐다. 두 발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걷는다' 대신 '행진한다'고 번역했다. 그녀의 고단한 발은 저 거친 들과 산과 물을 지나 사랑하는 이의 내밀한, 집 안 뜰에 이르는데, 그에 따라 기타의 반주도 행진곡 풍에서 통통 튀는 듯한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바뀐다. 그 느낌을 번역에도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절은 어려웠다. 직역하면, 신이 나에게 심장을 주셨고 그 프레임을 부서뜨리게 하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 노래를 듣고 또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글의 번역이 막힐 때에는 직접 말하거나 노래하는 것을 듣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연주는 장엄해졌고 메르세데스 소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심장에 손을 얹고 노래한다. 다시 한 번 더, 그녀가 사회운동가였음을 기억한다 - 그녀는 노래를 시작할 때, "비올레타는 칠레인이었습니다."라고 운을 떼었다. 칠레는 정의를 위해 항거한 역사와 상처가 있는 나라이다. 소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사상과 신념이 이루어낸 결과들을 (가사에서 가슴은 머리와 조화를 이룬다), 악이 팽배한 세상에서도 꿋꿋한 선을, 그리고 사람의 깊고 맑은 눈빛을 노래한다. 


노래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른다. 그녀는 나의 노래, 당신의 노래, 세상의 노래가 모두 이 웃음과 눈물의 결정체라고 선언한다. 이렇게 두 팔을 벌린 여가수만이 가질 수 있는 권위와 열정으로, 품위를 갖추고 당당하게, 세상을 향하여 삶에 감사하다고 노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