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2017. 4. 25. 00:07글/일상

우리 교회는 양화진 선교사 묘원에 있다. 초창기에는 지금의 선교기념관 건물에서 오후 예배 한 번만 드렸는데,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 아름다운 공원 곳곳에 시원한 냉커피 주전자가 놓여있는 모습이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묘원의 비석을 하나하나 읽노라면 내 또래 젊었던 선교사님들께서 당시엔 미개했던 땅의 끝, 말이 안 통할 뿐 아니라 위생 시설 역시 말도 안 되었던, 방의 크기가 키에 맞지 않아 잠 잘 때조차 몸을 다 펼 수 없던, 이 멀고 먼 곳까지 오셔서 그 복음을 전하셨다는 사실이 눈물 겹게 감사했다. 그 분들을 통해 이 땅에 온 복음이 지금 내게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되었다.

어제 밤 7차 공청회에서 미래준비위원회 중 한 분이 "생계를 희생하며 일했다" 하셔서 몹시 감사했다. 이 교회가 울타리 되어 주어서, 나는 젊은 시절 가장 행복했던 성경공부를 할 수 있었고, 신앙의 친구들을 만났으며,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다. 교회는 내 삶의 진정한 기반이었다.

성경에서 교회의 머리는 예수님이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그 교회를 사랑하여 수고한 모든 사람들에게 주께서 친히 계수해 주실 것이다. 물론 평신도로서 교회의 이상을 지닌 채 예배드리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누구일지라도 교회가 운영되는 내부 가까이 가게되면 실망하기 쉬울 것이다. 당연히, 교회에도 다른 직장과 마찬가지의 어려움들이 있고, 목회자들도 모두 인간일 뿐이며, 100명이 모인 교회에는 100개의 교회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갈등이나 가슴 아픈 오해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교회를 사랑하여, 순수한 마음으로 수고하는 우리 미준위와 사역자들께는 주의 은혜가 다른 누구에게보다도 견고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사랑의 빚 진 자로서, 내가 이 교회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러나 교회는 장소나 건물이 아니고, 시스템이나 정관, 심지어 회합이나 모임과 행사도 아니며... 내 사랑의 대상은 정해진 형체가 없다. 다만, 그 분의 영으로 모인 사람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그것"을 그들도 함께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모인 어떠한 곳.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그 분께서 직접 세우시고 지키시며 함께 하시는 어떠한 공동체... 그러므로 감히 말하자면, 나의 생명을 바쳐 따르고 지켜도 아깝지않은. "주의 궁정에서 한 날이 다른 곳에서 천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거함보다 내 하나님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시편 84:10)" 세상의 왕으로 사는 천 날보다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는 교회의 문지기로 사는 하루가 내게 훨씬 더 좋음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 그대라는 기적  (0) 2017.07.26
Road FC 038 격투기 관람기  (2) 2017.04.15
결혼 | 아이  (2) 2017.03.04
결혼 | 팬텀싱어  (0) 2016.12.31
비닐예찬  (3) 2016.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