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 그대라는 기적

2017. 7. 26. 18:14글/일상

"어떻게 나에게 그대라는 행운이 온 것일까..."  

아이유, 밤편지, 2017 


어제 밤, 침대 위에서 무심코 몸을 돌려 팔을 뻗으니, 마침 함께 누워있던 남편의 손 근처였다. 나의 손이 닿자, 남편은 그 손을 잡아주었는데,

다정했다. 

그 때, 기도 드렸다. 이것이면 충분합니다, 주님. 


*** 

내가 어떤 죄인인지는, 주님과 나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어느 날 문득 나를 존귀하게 보아주고, 내가 하는 말들을 경이롭게 들어주며, 나를 아름답다고 감탄해 주었을 때 - 교만한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았고, 인간의 사랑은 반드시 바랜다고 생각했으며,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었던 나는) 그를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았었다.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주고 싶어하고,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자고 청혼했을 때에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결혼 후 삼 년 반이 흐른 지금, 나와 같이 하찮은 죄인을 여전히 사랑스럽게 보아주는 남편이 놀랍고, 주께서 내게 주신 한 사람은, 행운이라는 말 외 다른 표현이 없다. 

온 세상이 나를 아름답다고 칭송해도 남편이 나를 무시한다면, 나 스스로도 자신이 무가치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온 세상이 나에게 무관심해도 남편이 나를 아름답다고 하면, 아니 해주면, 나는 괜찮다 - 모든 가산을 다 잃어도, 모든 사람들이 나를 버려도, 온 세상에 전쟁이 일어나도. 

많은 사람들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거나 결혼 관계를 포기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흠모할만한 아름다운 여인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5년 전, 남편이 나에게 처음 사랑을 느꼈을 때와 같은 착각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 때 주님께서는, 그와 내게 어떤 마법을 걸어주신 것일까. 그러므로 결혼은, 그리고 나의 남편의 존재는 내게 단순한 행운을 지나 기적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렇게 나를 눈 멀어 바라보는, 바보같은 착각을 간절히 원하는... 어쩌면, 나같은 사람을 위해 누군가 죽음도 무릅쓸지 모른다는, 그렇게 내가 가치롭고 고귀할 지도 모른다는 기적의 일별. 

어쩌면, 나는 여전히 인간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 다만, 나를 아름답게 보아서 십자가의 죽음도 무릅쓰신 신의 존재를 믿어서, 오늘 하루도 어김 없이 주어지는, 결혼의 '언약'이 놀랍고, 기적 같고, 소중하고, 행복할 뿐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나를 얻을 수 있다는 '기쁨'을 인하여 십자가의 부끄러움도 개의치 않으셨다고 한다. (히12:2) 세상의 수많은 가요들이 노래하는 영원한 사랑은 바랠지라도, 혹 이별의 아픔은 잊혀질지라도, 혹 나의 남편이 나를 떠날 지라도, 주께서 나를 아름답다 하시고 너는 내게 소중하다 하시면, 저는 괜찮습니다 - 전쟁이 일어나도, 결국 언젠가 죽음이 나를 덮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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