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10) 야곱

2017. 5. 29. 17:51성경 공부 /미술과함께-2017

고갱 Eugène Henri Paul Gauguin, 설교 후의 환상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Vision After the Sermon (Jacob wrestling with the angel), 1888

야곱, “발꿈치 잡는 자”는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채어 하란으로 도망갔던 사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란은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떠나온, 세상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요. 즉, 야곱은 하나님의 축복을 탐내기는 했지만, 그 삶 자체는 진정한 신앙으로부터 후퇴한 것입니다.(주1) 이 때, 하나님께서는 처음으로 야곱에게 나타나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지켜줄 것이고, 네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이끌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는 곧 아름다운 사촌 동생과 사랑에 빠졌고, 20년의 젊음을 외삼촌의 노예로 허송했습니다. 그 동안 4명의 아내와 11명의 자식들로 대가족을 이루었지요. 그 뼈를 짓누르는 가장의 책임감에 대하여, 야곱은 자신을 추적해 온 외삼촌에게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일했다’고 항변합니다. 사실, 그는 또 외삼촌에게도 사기를 쳐서 야반도주를 감행한 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더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외삼촌 라반의 꿈에 나타나 야곱을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어떤 신이시길래, 이렇게 야곱이 비윤리적이고 못난 일을 저지를 때마다 나타나 보호해 주시는 걸까요. 비록 라반은 간신히 피했지만, 이제 야곱은 인생에 있어서 한 번은 반드시 부딪쳐야 하는 시련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형 에서입니다. 그토록 갈망했던 아버지의 총애를 독차지하던 형, 야곱이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능력의 소유자였던 에서는 평생의 콤플렉스였습니다. 그 형이 지금 400명의 칼잡이들과 함께 다가오는 중입니다. 이 위기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다시 한 번 더 도와주실까요?

과연, 이번에도 만나주셨습니다. 가족들과 온 재산을 강 건너편에 보내고 야곱만 홀로 얍복 나루에 남아있었을 때, (이때껏 그의 머리는 재빨리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재산을 지킬 수 있을까 - 플랜 B, 플랜 C, 플랜 D... 강 건너편으로 보낸 재산과 가족들의 순서는 그가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의 순서였겠지요. 즉, 아직 자기 자신은 포기하지 못한 이 때) 한 사람이 야곱을 찾아와 밤 새 씨름했다고 합니다.

후일 야곱이 이곳을 ‘브니엘’ 하나님의 얼굴이라 불렀으니, 아마도 그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하나님, 제 2위 하나님이신 성자이셨을 것입니다. 져주시는 하나님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실 것입니다! 여하간, 그 분은 야곱을 죽이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야곱이 절대 지지 않으려 했으므로, 마지막에 고통을 주실 수 밖에 - 환도뼈를 위골시키실 수 밖에 없으셨다고 합니다. 

뼈가 어긋나는 고통과 함께, 야곱은 자신이 평생 씨름해 온 대상이 바로 하나님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가 평생 싸워온 대상 - 자기 인생을 위해, 자존감을 위해, 행복해지려고, 평생 분투했던 대상은 아버지의 인정도 아니었고 외삼촌 라반도 아니었으며 형 에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평생 하나님과 싸운 것입니다.(주2) 날카로운 고통과 함께 찾아든 깨달음. 비로소 그는 하나님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인간의 발꿈치를 잡던 자가 이제 생사를 걸고 하나님의 발목을 붙들게 된 것입니다.(주3) 그가 져주시기 전까지, 그래서 결국 복 주시기 전까지 저는 그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야곱의 이야기이자 저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장 비겁하고 못났을 때 만나주신 하나님. 내가 가장 죄인이었을 때 찾아와주신 하나님. 내가 평생 씨름해 온 그 분. 저는 지금껏 제가 논문과 직장과 생계를 분투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고통과 함께, 저는 제가 하나님을 대적하여 분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분이 져주셨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저는 그 분의 것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스라엘의 후손이 되었습니다. 

***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는 19세기의 후기인상파를 대표하는 고갱을 모델로 쓰여진 소설입니다. 그 소설 속 주인공처럼 고갱도 직장과 도시와 가족을 버리고 순수한 예술혼을 찾아 시골로 낙향하였습니다. 고갱이 프랑스의 부르타뉴 지방에서 그린 그림 중 하나가 위의 그림, 설교 후의 환상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입니다. 과연 폴 고갱은 소설이 묘사했듯 진정한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하여 현실을 희생했던 위대한 화가일까요, 아니면 아내와 다섯 명의 아이들을 무책임하게 버려두고 타히티의 어린 애인들을 전전하다 매독으로 생을 마친 사기꾼일까요. 사가들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고갱을 비롯하여 후기 인상주의의 위대한 화가인 고흐와 세잔 모두 그림에서 무언가 불변하는 숭고한 가치를 찾고자 애썼습니다. 그 중에서 고갱은 원시의 순수 안에서 위대한 진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고, 그 가치를 그림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결국, 고흐는 자살하였고, 고갱은 자살을 기도하였으며, 세잔은 의심했습니다.(4) 어쩌면, 그들이 갈망했던 진리는 오직 하나님과 그 분의 말씀에 있었던 것 아닐까요... 저는 모든 학문과 예술과 기술의 첨단은 하나님의 아름다움과 통한다고 믿습니다. 그 아름다움을 엿본 위대한 예술가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생애를 분투한다면, 저는 언제나 경의와 응원 그리고 감사를 보내겠습니다.   


(1) 2118구역 이동규 구역장님
(2) Timothy J. Keller 목사님의 설교, Jacob and the Wrestler
(3) 2118구역 강승원군
(4) Maurice Merleau-Ponty, Cezan's Doubt, 1997

구역장성경공부는 100주년기념교회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받으시거나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100church.org/home/board.php?board=cast&category=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