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19) 엘리야

2017. 10. 1. 23:12성경 공부 /미술과함께-2017

Photo by Aaron Burden @unsplash.com

오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에는 자신의 병을 비관하여 우울에 빠진 한 소녀가 나옵니다. 그녀는 병원의 창 밖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저 잎사귀들이 다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다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화가 친구가 몰래 밤 새워 창 밖 담벼락에 잎새 한 장을 그려넣었습니다. 매일 창 밖의 나뭇잎들을 바라보던 소녀는, 마지막 잎새 한 장이 어떤 악천후에도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 문득 자신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습니다. 시간이 흘러 정말 소녀는 회복되었고, 다른 친구가 소녀에게 그 화가의 소식을 전합니다. 그는 밤 새워 마지막 잎사귀를 그린 후 폐렴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노성두 선생님께서는 이 이야기가 화가들의 소명을 말해준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그 분의 미술사 수업을 얼마나 즐겁게 들었었는지요..!) 정말 많은 예술가들이 이렇게 로맨틱한 꿈을 꿉니다: 내 생명을 다 해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면, 사람들에게 구원을 전할 수 있다 - 빈자의 일상을 붙들고 부자의 영혼을 위로할 것이다.  

그래서, 여름을 불태운 후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면, 저는 언제나 노성두 선생님의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주께서는 곧 말라 사라질 잎사귀 한 장도 이렇게 아름답게 채색해 주셔서, 모든 떨어져가는 것들, 낡아져가는 것들을 위로하시며 필연적인 노화와 죽음에도 품위를 더하시는구나.. 라는 위로를 받습니다. 

***

엘리야는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특심하였으나,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는 기적 이후에도 변화하지 않는 현실에 크게 낙심하였습니다. 전 존재를 걸어 인생을 불태웠으나 부흥이 일어나지 않는 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자살을 원할 만큼 깊은 우울에 빠지게 됩니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내 열조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 내가 만군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열심이 특심하오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주의 언약을 버리고 주의 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음이오며 오직 나만 남았거늘 저희가 내 생명을 찾아 취하려 하나이다. (왕상 19:4;10)" 

이렇게 절망에 빠진 하나님의 사람을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요? 그 때, 예수님께서는 그의 자기연민이나 우울한 논리를 반박하시거나 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부드럽게 안아주시고, 먹여주시고, 재워주셨습니다. (Wonderful Counselor 사9:6) 그리고 그가 지금 반드시 만나야만 하는 분에게 인도하십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뵈었던 산, 호렙산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아무도 나를 보고 살 자가 없다' 하시며 등을 보여주셨던 바로 그 산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때처럼, 하나님께서는 지나가셨습니다. 

"여호와께서 지나가시는데 여호와의 앞에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나 바람 가운데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바람 후에 지진이 있으나 지진 가운데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며 또 지진 후에 불이 있으나 불 가운데도 여호와께서 계시지 아니하더니 불 후에 세미한 소리가 있는지라. 엘리야가 듣고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나가 굴 어귀에 서매 소리가 있어 저에게 임하여 가라사대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왕상19:11-13)"

불을 내리던 스펙터클도, 엄청난 비를 내리던 폭풍우도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만나주셨던 곳은 아주 작고 부드럽고 가느다란 위로의 소리였습니다. 가끔 우리는 너무 쉽게 종교적이거나 단편적인 위로를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나의 모든 이성이 받아들인다 하여도 심적으로는 도무지 나아갈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때에는 평소보다 좀 더 긴 낮잠이 필요할 수도 있고, 한강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걸어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말없이 부드럽게 안아주거나, 다른 가치 판단 없이 "너는 내게 소중하다." 혹은 "우리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 필요한 때가 있는 것입니다. 저도 그러한 사랑을 받아서 변화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엘리야의 시대가 가고, 엘리사의 시대가 오는 순간입니다. '왜 그것밖에 못했느냐. 왜 절망하느냐. 왜 믿음이 그것밖에 안되느냐." 날카로운 참소의 소리 대신, 그 분은 늙은 선지자를 부드럽게 안아주셨고 먹여주셨고 재워주셨습니다. 그리고, 힘을 내어 꼭 만나야 할 분, 여호와하나님 앞으로 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혹시, 우울과 침체를 겪고 있다면, 어떻게든 힘을 내어 반드시 만나야할 그 분 앞으로 가십시오. 당신의 마지막 잎새 - 당신의 살 소망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신 그 분의 이름은 '놀라우신 조언자' 전능하신 하나님'입니다. (새번역 사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