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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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하는 책 | Lone Stand & Forlorn Hope
정신을 차렸을 때 나의 치열이 바뀌어 있음을 깨달았다. 두개골에 어마어마한 충격이 있었다는 것 외엔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달려가니 입 주변이 피범벅이었다. 치아 때문에 뚫린 입술에서 피가 계속 나고 있었으며, 윗니가 뒤로 밀려 입이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끔찍한 모습이었다는것 외 다른 고통은 없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감사하게도) 신경이 손상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넘어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남편이 “무슨일이에요?” 라며 방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가 놀랄까봐 얼굴의 피를 대충 닦았지만, 피는 잘 멈추지 않았고 바닥과 문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 그가 놀라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피를 본 남편이 메스꺼워 했으므로, 이제 정말 정신차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소파에 앉아..
2016.08.16 -
나의 사랑하는 책 |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 어머니를 향한 초혼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 (불어 원제로는 "La Chambre Claire" 밝은 방)”은 나에게 포스트모더니즘이나 후기구조주의, 혹은 사진이나 미학에 관한 책이기보다도, 깊은 슬픔에 잠긴 예민하고 고독한 철학자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부르는 초혼이다. 위의 사진은 원문인 불어를 영어로 번역한 Hill and Wang 출판사의 1981년 인쇄본이다. 한국에서는 이 영문 번역본의 제목을 따라 "카메라 루시다"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스투디움과 푼크툼’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지만, 동시에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쉬운 개념이기도 하다. 이 책 안에서 내게 가장 재밌었던 푼크톰의 예는 아래의 사진이었다. 빅토리아 여왕이 승마를 하고 있다는 ‘정보’는, 롤랑 바르트에 의하면, 이 사진을 통해 ..
2016.08.12 -
기계 복제 시대의 디자인
직장을 그만 두고, 이제 어떤 일을 해야할까 고민하던 나는, 블로그를 통해서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이나 인테리어 혹은 디자인 용품을 파는 사람들의 뉴스를 보며 생각했다 - 의류학과 서양화를 전공했으니, (비록 십 년도 전의 이야기지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전까지 카카오톡 외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물론 싸이월드조차 하지 않았던 내가 소셜미디어라는 망망한 바다에 매일 소심한 눈길을 보내게 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마침 주변에 프로페셔널 디자이너 친구들이 있어서 약속을 정해 만났다. 그리고 그 날 바로 블로거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지난 10년의 영업팀 업무는 나의 성격도 변화시켰다. 나는 모든 것들을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는데 익숙했다. 친구들 앞에서 나는 긍정적인 (가벼운) 핑크빛 (아마츄어..
201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