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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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10) 야곱
고갱 Eugène Henri Paul Gauguin, 설교 후의 환상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Vision After the Sermon (Jacob wrestling with the angel), 1888 야곱, “발꿈치 잡는 자”는 아버지와 형을 속이고 장자의 축복을 가로채어 하란으로 도망갔던 사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란은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떠나온, 세상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요. 즉, 야곱은 하나님의 축복을 탐내기는 했지만, 그 삶 자체는 진정한 신앙으로부터 후퇴한 것입니다.(주1) 이 때, 하나님께서는 처음으로 야곱에게 나타나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지켜줄 것이고, 네가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이끌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는 곧 아름다운 사촌 동생과 사랑에 ..
2017.05.29 -
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9) 아브라함
렘브란트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 Abraham and Isaac, 1634 ~1636 분명 하나님께서는 아들, 이삭을 통해 모든 세상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아기를 바치라니요? 약속과 명령이 충돌합니다. 이 장면은 아브라함의 인생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하이라이트입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어떤 사람입니까?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홍수와 바벨탑 이후 등장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성경은 인류에게 두 번째 시작이 있었다고 말씀하십니다. 대홍수 이후에 살아남은 노아의 후손들이 바로 그 신인류였습니다. 더러운 세상을 물로 깨끗이 쓸어버렸지만, 인간의 죄성은 다시 돋아나 바벨탑과 함께 하늘을 찌르려 했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그 반대편에서 ..
2017.05.22 -
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8) 바벨
안젤름 키이퍼 Anselm Kiefer, Bohemia Lies by the Sea, 1997 미술대학에 다니던 시절, 제 옆 자리에 앉았던 한 친구가 자신이 그린 추상화를 설명하고 있었어요, "(구불구불한 모양을 가리키며) 이것은 IMF를 상징하고요..." 정말로, 그림에는 돈처럼 보이는 모양도 보이고 슬퍼보이는 얼굴도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시더니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미정아, 오늘부터 네가 너를 '미정'이가 아니라 '현지'로 부르기로 했다고 쳐보자. 그런데, 네가 미정이인지 현지인지는 사실 사람들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거야. 너랑 이야기해보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고, 네가 그 안에 들어오게 되면 그 때에야 비로소 너는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되지 않겠니?..
2017.05.16 -
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7) 나자로의 부활
Caravaggio, Resurrezione di Lazzaro, 1609 사랑하는 이의 시체가 들어있는 관을 붙들고 울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사건은 결코 아무렇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장례식에 참석해 본 경험이 있고, 열린 무덤에 흙을 뿌리거나 고인의 재를 묻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도 언젠가는 저의 장례를 치러주게 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제가 그의 시신을 수습해야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은 모든 인류를 죽음으로 낙인찍어 놓았고, 우리는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 모든 인간은 죽음의 저주에 묶여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죽음의 폐해를 보셨을 때, 즉, 마리아와 사람들이 우는 것을 보시고 통분히 여기셨을..
2017.05.01 -
우리 교회
우리 교회는 양화진 선교사 묘원에 있다. 초창기에는 지금의 선교기념관 건물에서 오후 예배 한 번만 드렸는데,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 아름다운 공원 곳곳에 시원한 냉커피 주전자가 놓여있는 모습이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묘원의 비석을 하나하나 읽노라면 내 또래 젊었던 선교사님들께서 당시엔 미개했던 땅의 끝, 말이 안 통할 뿐 아니라 위생 시설 역시 말도 안 되었던, 방의 크기가 키에 맞지 않아 잠 잘 때조차 몸을 다 펼 수 없던, 이 멀고 먼 곳까지 오셔서 그 복음을 전하셨다는 사실이 눈물 겹게 감사했다. 그 분들을 통해 이 땅에 온 복음이 지금 내게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되었다. 어제 밤 7차 공청회에서 미래준비위원회 중 한 분이 "생계를 희생하며 일했다" 하셔서 몹시 감사했다. 이 교회가 울타리 되어 주..
2017.04.25 -
Road FC 038 격투기 관람기
남편의 옛날 운동선생님이 출전하신다는 것 외 다른 아무 정보 없이, 정말 딱 보기에도 운동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우리 부부가 오직 선생님을 응원하려는 일념으로 온 낯선 이곳, 장충체육관. 본경기가 무엇이고 영건즈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어리버리 3시간 일찍 온 바람에, 신인들의 데뷰전부터 경기를 보기 시작하여 거의 4시간을 관람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들어올 때 홍보차 구운 달걀을 줬고 가장 큰 광고판은 축협이었으며 편의점에서도 육포가 가장 상석에 있었다. 이 생경한 분위기. 나는 선수들의 펀치보다 사회자의 발성에 더 감동을 받는 종류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곧 격투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제일 먼저 내 눈에 띈 것은 커다란 스크린의 좋은 화질과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훌륭한 음질, 그..
2017.04.15 -
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6) 20170409 노아
Photo by Annie Spratt (https://unsplash.com/search/photos/rainbow?photo=n3lGbPpDIJw) 이재철 목사님께서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매우 생생하게 잡아주셨습니다 - 시각적으로, 촉각적으로, 후각적으로. 노아가 식구들과 방주에 들어간 뒤에도, 하나님께서는 1주일을 더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러나 단호히 문을 닫으셨던 분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늘에서 (한 방울씩 내리는 비가 아니라) 물이 “터지고” 땅의 깊은 샘들도 터졌을 때 (창7:11), 사람들이 경험했던 것은 ‘큰 비’ 정도가 아니라, 물 가운데 ‘내동댕이쳐짐’이었을 것입니다. 이 때 밀폐된 방주만이 그 쓰나미 속에서 이리 저리 쓸려 다니며 떠 있는데, 키도 없고 동력이나 ..
2017.04.09 -
미술이야기 |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헤어롤과 메리 케셋 Mary Cassatt
Mary Cassatt, Portrait of a Lady Reading Le Figaro, 1878 유영하 변호사의 입에서 “여성으로서의 사생활”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귀를 의심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일하는 여성들, 특히 남성들과 마찬가지 경쟁 구도 속에 있는 직장 여성들을 비하했다. 이제 어떻게 여성 국회의원이 남성 국회의원과 똑같은 한 표를 달라고 유세할 수 있을까. 어떻게 여성 과장이 공평한 조건으로 인사 고과의 점수를 요구할 수 있을까. 그러한 부끄러움을 지워준 역사적인 장면은 바로 그 대통령의 탄핵을 발표하던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출근 사진이었다. 밤 새워 선언문을 다듬고 나오다가 깜빡 잊고 그대로 둔 헤어롤은 수많은 직장 여성들과 워킹맘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대통..
2017.04.03 -
구역성경공부 | 삼 일 만에 살아나리라 (5) 20170402 라합
James Jacques Joseph Tissot and Followers,The Flight of the Spies, Gouache on Board, 1896~1902 아마도 그 두 명의 유대인들은 눈에 쉽게 띄었을 것입니다. 나그네로 위장했지만, 그 골격과 억양은 숨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적진 한가운데 스스로 들어왔는데, 그들이 묵었던 숙소의 창녀도, 심지어 여리고의 왕까지 금방 눈치 채어 버린 것 같습니다. 도망가야 하지만, 그들은 두터운 성벽으로 만들어진, 독에 갇힌 쥐와 다름없습니다. 이 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창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입니다. 그녀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냄새나고 축축한 지붕 위의 삼대 아래에서 종일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녀가 그들을 왕에게..
2017.04.03 -
아줌마
남편의 바램으로 시작했던 20대 청년 구역장이었지만, 실제 청년들을 만났을 때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 스스로도 놀랐었다. 수 십 년 전이었다면 엄마 뻘이었을 나는 아이들을 존댓말로 대했다. 진심으로 존대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한 편으로는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신문을 장식하는 그 이상한 젊은 아이들은 다 어디 있는 걸까. 모두 반듯하고 예의바르고 아름답고 대견했다. 교회에 오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착한걸까. 물론 시간 관념이나 약속에 대한 책임감은 덜하다고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것도 곧 아이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란 것을 느꼈다. 나만 몰랐었는데, 나는 그들에게 '어른'이었다. 구역 식구들 중 한 청년이 우리 집을 단편영화의 로케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부탁해왔다. 5분짜리 과제였기..
2017.03.31